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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 대책 없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또 다른 횡포이다.

작성일 2006.06.07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2335
[성명] 대책 없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또 다른 횡포이다.

지난 4일 한 성실한 시각장애인의 외로운 자살이 충격을 주고 있다. 헌재 판결 이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이다. 그는 평소 가난한 이웃 신경통환자 등을 상대로 안마업을 해왔다. 일주일에 두 차례씩 무료 안마봉사를 하는 등 성실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금 시각장애인들은 절망에 또 한번 눈이 멀고 있다. 그들이 헌재 판결 이후 13일간 서울 마포대교와 한강 둔치에서 항의 집회를 계속해오고 있는 이유이다. 그들은 위헌 판결 철회와 시각장애인들의 생계유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헌법재판소가 내린 ‘안마사에 관한 규칙’의 위헌 판결에 기인한다. 즉 시각장애인만이 안마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내용이다. 요컨대 누구나 직업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에 대한 재론의 여지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어떠한 법적 판결이나 판단도 결코 그 나라가 처한 시대적인 환경과 조건을 살펴볼 필요 또한 있을 법하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차원에서의 결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에는 18만 명이나 되는 시각장애인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통 일반인들의 직업 선택의 폭은 약 4~5만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직업은 고작 10개를 넘지 못한다. 이중 안마사가 90%를 차지한다. 교사 및 복지사가 5% 복술업 2% 기타 3% 등의 분포를 보일 뿐이다. 즉 대부분의 시각장애들이 안마로 생계를 꾸려 가고 있는 특수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이 90년 넘도록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안마사에 관한 규칙의 위헌 판결이 ‘사형선고’라고 하는 데는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장애인의 날에만 반짝하는 의례성 행사치레는 모두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비관자살자와 한강 투신 장애인들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굳이 스페인, 미국 등의 장애인 복지를 거들먹거릴 필요조차 없다.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월드컵 개최국인 독일처럼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주어지는 축구경기장 입장권까지 기대하지 않는다. 삶의 희망이 없어 강물 속으로 빠지고, 자살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지금은 시각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과거 선천성에서 현대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실명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인한 경우도 많아졌다. 이제 장애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질병일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소아마비(지체) 장애인을 일반인과 함께 100m달리기를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헌재에서 내린 판결이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조속한 대체입법이 요구된다.

2006. 6. 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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