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정리해고 없는 세상 만들기 선언문

 

 

우리 사회에서 정리해고는 기업들을 위한 손쉬운 구조조정 수단 중 하나로 전락해 있다. 기업들은 진짜 긴박한 경영상 위기에 따른 최후 수단으로서만 정리해고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희생으로 자신만 배를 불리거나, 노조를 제거하는 수단, 혹은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수단쯤으로 악용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기업들은 정리해고 사유를 미래 경영상 위기로까지 확대하고 있으며, 회계조작이나 수주조작, 별도법인 설립에 의한 물량 분산 등을 통해 경영상 위기를 조작하는 것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으며, 법이 정한 재고용 의무조차 전혀 지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잘못을 관리‧감독하여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도 친기업 사고에 빠진 나머지 오남용 되는 정리해고를 방치하고 있다. 이는 이미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 청문회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이러한 정리해고의 결과 쌍용자동차에서는 23명이 죽음으로 내몰렸으며, 지금도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집단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다. 이러한 집단을 만들어낸 사회는 병든 사회다. 정리해고라는 역병, 이것으로부터 우리 사회는 반드시 탈출해야 한다.

 

노동자와 그 가족을 한 순간에 삶의 벼랑으로 내모는 정리해고는 발생하지 않거나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해고를 하지 않으면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용인될 뿐이며, 이에 앞서 사측은 반드시 해고회피의 노력을 충분히 기울임으로써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행해야 한다. 나아가 불가피한 정리해고라 할지라도 그 과정은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가 선정되고 충분한 노사협의와 합의를 통해 실시돼야 한다. 또한 정리해고 이후에도 노동자의 재취업, 심리적 안정, 재고용 등을 위한 사회적 차원의 안전망 마련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제도개선 노력은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닌 바로 지금 시작돼야 한다. 쌍용자동차 등 정리해고의 피해자가 되어 거리에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제도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친기업 성장 일변도 정책이 초래한 양극화나 고용 없는 성장, 재벌독식사회 등의 폐해를 넘어, 경제민주화나 복지 확대, 정의실현, 친고용정책 실현, 재벌개혁 등을 화두로 삼아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리해고처럼 산업현장에서 자행하는 기업의 반노동 행위를 극복하고 노동에게 당당한 경제주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 관건이다. 따라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동을 가장 극단적으로 희생시키는 방식인 정리해고에 맞서 다음과 같은 요구와 결의를 밝히고자 한다.

 

1. 정부에 요구한다! 부당한 정리해고에 대한 특별 근로 감독을 실시하여, 노동자들에 대한 복직대책을 하루빨리 강구하라.   2. 19대 국회에 요구한다!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조파괴 등 총체적 노동탄압체제를 중단시키기 위한 법 개정을 논의하라. 특히, 무력화된 근기법 상의 정리해고 규제를 더욱 엄격히 해 강화하고 쌍용자동차 등 정리해고 사업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하라.   3.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한다!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경제민주화는 허구다. 후보들은 자신의 경제민주화 주장이 거짓과 기만이 아니라면, 정리해고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부터 분명히 밝히고, 정리해고법 개정, 피해자 구제를 약속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집권과 동시에 정리해고에 대한 진상조사 실시를 약속하라.   4. 우리는 다짐한다! 사회 구성원 중 한 사람이자 정리해고에 노출된 잠재적 피해자인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다음(예시)과 같은 실천을 모색할 것이다. 첫째, 민주노총 16개 정리해고 사업장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철폐! 70일 대선 집중투쟁’ 농성장 참여. 둘째, 정리해고 없는 세상 만들기를 위한 기금 모금. 셋째, 정리해고 없는 세상 만들기 조합원 서명운동.

 

 

2012.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