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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노동자 산재인정 행정소송 일부 인정, 이제 시작일 뿐

작성일 2011.06.23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2996

[논평]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노동자 산재인정 행정소송 일부 인정,
이제 시작일 뿐

 

 

오늘 6월 23일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노동자 및 유족이 산업재해를 인정해 달라고 낸 행정소송의 첫 재판결과가 나왔다. 과연 번번히 산재 불승인을 남발해 온 근로복지공단과 다르게 사법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집단 백혈병 발병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불승인으로 큰 고통을 남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소송을 낸 5명 가운데 고 황유미, 이숙영씨만이 산재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열아홉 살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이름 모를 화학물질을 취급하며 일을 했던 고 황유미님은 입사한지 2년 만에 백혈병이 발병해 스물셋 꽃다운 나이에 사망했다. 그렇게 죽어간 노동자가 그녀 말고도 여러 명이 존재하는데도 삼성전자는 개인질병이라고 우기며 산재신청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이후 황유미씨와 함께 2인 1조로 일한 고 이숙영님(2006년 백혈병 발병하여 그해 사망), 기흥공장 설비엔지니어로 7년간 유지보수 업무를 해오던 고 황민웅님(2004년 백혈병 발병하여 2005년 사망),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했던 김옥이님(2005년 백혈병 발병하여 투병중 산재신청), 송창호 님(2008년 악성림프종 발병하여 투병중 산재신청)의 경우도 있다. 이렇게 5명의 노동자가 소송을 냈다. 

처음 1명에서 시작한 피해제보는 계속 늘어나 2011년 6월 현재 삼성반도체나 LCD 등 전자업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뇌종양, 희귀 직업병 피해제보 수는 120명을 넘어섰다. 그중 47명이 숨졌는데 대부분 젊은 20-30대 노동자다. 제보되지 않은 피해규모가 더 얼마나 될지는 제대로 된 조사를 해보아야 알겠지만, 반도체·전자산업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업무상 질병 피해가 많다는 사실, 특히 화학물질의 집약적 사용으로 암과 생식독생 피해가 많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반노동, 반사회적 기업 삼성의 백혈병 산재승인요청 소송에 대해 각급 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요청한다. 비록 두 명의 노동자가 인정받았다고는 하나, 아직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편, 지난 4년 간 오직 한길로 매진해 온 피해 유가족들과 환자 가족들, 소송 관련한분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한다. 아마도 이러한 심정은 피해당사자나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활동가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 문제를 접하고 마음깊이 아파했던 수많은 분들과 같은 마음이다.  

고 황유미, 고 이숙영, 고 황민웅, 고 김경미, 고 주교철, 고 박지연.......죽지 않아도 될 아까운 목숨이다. 삼성을 상대로, 정부를 상대로 수년간 생업을 등지고 억척같이 싸워온 유족들의 눈물과 한을 거둬들일 때가 되었다. 직업성 암은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매년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WHO(세계보건기구) 권고처럼 사라지고 있는 젊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살린다는 심정으로 사법부가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길 간절히 희망한다. 쉽게들 삼성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이기는 게 가능하냐는 회의 섞인 반응들을 보이지만 더 이상 사법부가 삼성권력 밑에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에 앞서 이번 소송결과의 승패를 떠나 더 이상은 이렇게 어렵고 멀고 험한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하다 병들고 다치고 죽은 노동자들의 산재인정이 보다 손쉽게 될 수 있도록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전면 개정하길 바란다.  

특히, 직업성 암의 경우 발암물질 노출과 발병 간에 최소 수년이 걸려 나타나므로 암이 발병한 현재에 와서 수년전 혹은 십여 년 전 일했던 과거 작업환경에서 원인 물질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맹점이다. 게다가 회사 측이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화학물질 정보 등 관련 증거를 아무것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노동자가 어떤 물질에 얼마만큼 노출되어 백혈병 등 암에 걸렸는지를 입증하라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기준이다. 이러한 잘못된 기준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에 대한 산재인정율이 1%에도 미치는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픈 노동자에게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최근 부비동암 판례처럼 기업과 정부가 해당 질병에 대해 명백한 반증 즉 개인질병이라는 입증을 하지 못하면 산재로 인정하고 보상하는 방식으로 산재법이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반노동, 반사회 기업 삼성재벌이 ‘가족’이라고 떠들고 있는 진짜가족은, 삼성에서 피와 땀, 청춘을 바쳐 노동하는 노동자여야 함을 삼성과 사법부는 이제라도 깨닫길 바란다.

 

 

2011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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