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이주가사노동자 시범사업, 업무범위 명확히 하고
인권보호 대책 철저하게 마련하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7월 17일부터 3주간 ‘외국인 가사관리사(E-9비자)’ 시범사업 이용 신청을 받는다고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8월에 이주노동자들이 입국하여 교육을 거쳐 9월에 가정으로 배치한다고 한다. 충분한 논의와 준비를 거치지 않은 졸속적인 시범사업으로 계속 비판받아 왔으나 정부와 서울시는 이를 강행하고 있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현재 시범사업 방안에는 여전히 이주가사노동자의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인권 대책이 부족하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직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실행가이드라인(Implementing guideline)이나 현지 선발 공고를 보더라도, 업무범위에 있어서 옷 입히기, 목욕, 청소, 화장실 청소, 기저귀 수발, 음식 준비, 요리, 음식 먹이기, 씻기기 등 아동 돌봄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노동과, 약 먹이기, 세탁, 물품 구매, 집 밖에 아동을 동반하는 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직무에 필수적이고 바람직한 다른 업무를 도울 수 있으며 동거가족을 위해 가벼운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아동 돌봄에 필수적인 노동 외에도 다른 거의 모든 가사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일을 시킬 가능성이 높고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서, 직무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취약한 위치의 이주노동자에게 부당하게 노동이 강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직무를 상세하게 규정해야 한다. 예컨대 할 수 있는 일을 포지티브 리스트로 구체적으로 명시하거나 할 수 없는 일을 명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둘째, 인권보호 대책을 더욱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 개별 가정에서 여성 이주노동자 혼자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업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 긴급 신고수단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자국어로 신고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이에 더해 이주노동자 취업교육 시에 노동조합과 인권단체에서 관련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역자가 상시적으로 배치되어 노동자가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 교육은 교육영상을 시청하는 것 정도로 되어 있는데 이 역시 강화할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숙소 공간이 저렴하고 안전해야 한다. 시범사업 기간에 공동숙소에서 생활한다고 되어 있고 도우미를 상주시킨다고 하는데 통제 중심으로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숙소비용 역시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킬 것이 아니라 저렴하게 부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넷째, 사업 기간 동안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여 점검을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민주노총과 필리핀 4개노총 공동성명에서도 요구했듯이, 양자간 또는 삼자간 노동자 권리 점검 위원회를 통해 시범사업을 모니터링하고 고용 전반에 걸쳐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시범사업 6개월 이후 고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기존에 고용허가제는 최소 계약기간이 1년 이상으로 되어 있고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은 6개월로 되어 있어서 문제가 된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한국어 시험 등 자격요건을 갖추고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최소 1년은 고용기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6개월 시범사업 이후 다른 업종전환 등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4. 7. 1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