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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10.13. 한상균위원장 항소심 첫 공판 모두진술 전문

작성일 2016.10.13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8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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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3. 한상균위원장 항소심 모두진술 전문

먼저 모두진술의 기회를 주신 재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국가폭력에 돌아가신 고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먼저 빌겠습니다.

공권력의 이름으로 국민을 죽여놓고도 병사라고 조작되는 기막힌 대한민국을 더 이상 보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을 더 이상 방치하지도 않겠습니다. 국가폭력, 살인진압의 진상을 반드시 밝혀내고 그 책임을 묻겠습니다.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차벽과 물대포로 가두었던 공권력이 국민을 죽였다는 것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국민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떠나가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 나라 최고의 병원이라는 서울대병원은 정권의 눈치를 보며 양심을 팔고 있고, 살인진압 당사자는 뻔뻔하게 부검을 하겠다 겁박하고 있으며, 국민을 버리고 정권만을 지키기 위해 특검을 반대하는 새누리당은 비통한 유족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질을 하고 있습니다. 진실이 있기에 공권력과 국가폭력을 비호하는 모든 세력에 맞서, 우리는 반드시 이길거라 확신합니다. 사과해야 합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야만을 당장 멈추고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국가 존재해야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뻔뻔할 수 있습니까. 제도적 의사표현 장치와 법률적 구제장치가 완비되어 있는데 폭력이나 다수 위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이 있다, 다치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맞지 않다, 명색이 경찰청장이었던 강신명의 발언입니다. 정말 몰상식적인 궤변이 아닙니까. 국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데도 박근혜정권의 경찰청장은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혹여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자는 죽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반드시 국가폭력, 살인진압의 책임을 묻고 짓밟힌 헌법과 민주주의를 올곧게 세웠다는 보고를 영전에 드리겠다는 다짐합니다. 평생을 생명과 평화의 일꾼으로 살아오신 백남기 어르신이 다시 우리 곁으로 살아오시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진실과 정의의 힘으로 불의한 정권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셨습니다. 노동자, 농민으로 살아도 행복해야할 세상은 우리 산 자들의 몫입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옵소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1심 판결문과 항소이유서를 보았습니다. 해고 노동자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살아온 4년 동안 지은 죄가 자그마치 27건이라고 합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한 27건 모두를 유죄라 인정했습니다. 유죄 인정에 따라 최대 16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으나 폭력시위 배경에 고용불안과 임금 문제 등 사회적 갈등 요소가 있는 점을 참작해서 징역 5년에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했습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가두기 위해 집회금지 통보를 남발했고, 첩보에 따른 예측이로 시위 양상을 가장해 겹겹이 차벽을 설치해 과잉진압을 했고 그 반작용으로 격렬한 시위를 유발시킨 공권력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던 것입니다. 손바닥을 뒤집듯이 엎어버린 대선 공약들, 쌀값을 보장하고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고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한다 했습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경제민주화를 약속했던 것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또한 독선적 국정운영과 모두 남탓만 하는 박근혜정권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노동개악을 강행했다는 분노한 민심이 모였다는 사실과, 그 책임이 박근혜정권에게 있다는 사실조차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검찰은 범죄사실 27건 모두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합당한 결과이나, 본래 구형한 8년 형에 미치지 못해 항소했다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결과에 따라 폭력시위가 사라질거라는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니 본때를 제대로 보여주려고 소요죄까지 만지작 거린거라 생각됩니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고공약은 물론 민주노총이 주최한 모든 집회, 시위와 총파업 투쟁을 범죄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천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의 움직임과 발걸음 하나하나, 심지어 언론 인터뷰, 연설문, 구호까지도 범죄 증거로 제시하는 현실은 다시금 긴급조치가 발동된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거기에다, 사드배치 반대 세력들과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를 꾸려서 투쟁했다는 내용도 새롭게 추가하고 있습니다. 뉴스만 틀면 찬물이 나오는 괴상한 시국인데,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불순세력, 외부세력, 종북세력으로 몰겠다는 정권의 호위무사다운 속내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항하는 노동자, 민중은 오직 탄압의 대상으로 규정해서 닥치는대로 소환, 연행, 체포에 줄줄이 범죄자로 만드는 유능한 검찰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청와대 주변의 권력형 비리 등 불법행위를 수사하는 일에는 세월만 보낼 뿐, 성과는커녕 면죄부를 주고 있는데 저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혹시 그들은 왕후장상의 피가 흐르는 금수저들이라 그들만의 법치가 있어서 그런 것인가요. 천억 대의 부동산 거래, 백억 이상의 웃돈을 받아낸 거래를 대한민국 검찰은 자유로운 사적 거래라고 말합니다. 썩은 내 진동하는 정경유착,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미르-K스포츠 재단의 전말은 언제쯤 밝힐것인지, 아니면 질질 끌다가 언제 덮을건지도 궁금하기만 합니다. 수사하기가 힘들다 했습니다. 그래서 무혐의 처분했던 아리랑TV 방성모 전 사장의 공금 탕진 사실을 신문기자는 전화 한 통으로 밝혀냈으니 이는 무슨 일입니까. 검찰이 하고 싶은 취사선택은 이것이고, 이것이 법치입니까.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도 무혐의 처리했지요. 그런데 어떻습니까. 청탁을 거절한 중진공 이사장의 진술로 사실임이 밝혀지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검찰총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비리문제로 땅에 검찰의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사과였습니다. 참으로 국민을 우습게 보는 사과였습니다. 공공의 대변자로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의 민낯은 바로 법질서를 짓밟는 첫 번째 개혁 대상입니다. 대국민 사과는 법치를 포기한 검찰의 반성을 했어야 합니다. 결과는 시민들에게 물어봅시다. 이 땅에서 법치를 흔들고 있는 집단이 민주노총인가 아니면 권력을 비호하는 검찰인가. 권력이 아닌 국민을 위한 법치는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형 비리 수사에도 예외 없는 법치를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유엔, ILO, OECD, 엠네스티, 국제노총 등 국제기구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항의서항을 보내기도 했지만 1심 판결은 내용적으로 검찰이 가장 만족할만한 판결이었고 공권력의 일방적 정당성을 인정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용불안과 임금 등 갈등요소를 참작했다고 했습니다. 노동자, 민중에게 재판부가 남긴 참작이라는 두 글자는 참으로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고용과 노동은 이 땅 2천만 노동자의 문제입니다. 불통과 편 가르기, 국정운영이 만든 갈등은 대한민국 전 국민의 문제입니다. 노동자, 민중이 왜 거리로 나오고 있는지 간과한다면, 그 결과가 어찌 나오든 단편적인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하면서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지금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2천만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에 대한 문제를 정부지침으로 발표, 강행하고 있습니다. 임금과 고용문제를 노조 동의 없이도 사장 마음대로 바꾸라는 선물을 재벌들에게 주었습니다.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기관의 행정지침은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이라는 본보기를 보이려고 대화요청도 거부한 채 노동자들의 굴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행정지침에 대해 법적 효력도 없는 불법이니 멈추라는 의견을 국가인권위, 민변, 야당, 국회 입법조사처까지 내고 있지만 적반하장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불법 파업으로 매도만 하고 있습니다. 중앙노동위도 합법 파업이라 했는데 철도 파업을 이끌고 있는 간부들을 업무 방해로 고발까지 하고 있습니다. 본 재판뿐만 아니라 노동개악에 반대했던 수백명 노동자가 법정에 섰지만 정부 양대지침은 헌법과 근기법 94조를 명백히 위배하는 행정독재다, 집단적 노사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해 노동자의 권리가 억압되니 입법절차를 밟기 위한 사회적 타협을 해야한다는 법원의 입장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처럼 노사관계가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참작이라 표현한 두 글자는 국민을 위해 용기 있는 결단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혼란을 종식시켜야 하는 사법부 역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갈등을 조정해서 사회 통합을 해야 할 정부가 사안마다 편을 가르고 위기를 모면 하려고만 합니다. 지금이 기업들에게 삥이나 뜯어서 관제데모나 하고 사적인 재단들을 만들 때는 아니지 않습니까. 극단으로 질주하는 한국사회 브레이크를 잡아줄 사법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본 법정에 진정으로 참작해야 될 것이 무엇인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한국 사회의 소득불평등은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합니다. 전쟁보다 삶의 희망마저 빼앗아가는 불평등을 재앙이라 하는 데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재앙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천만 비정규직입니다. 그러나 그 해법에 대해서는 노자 간, 노정 간, 여야 간 큰 차이만 보이고 있을뿐 한걸음도 전진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5년 민주노총은 대안을 내놓고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1만원을 인상하라 했습니다. 쉬운 해고로 최악의 불안정 노동국가를 만들 것이 아니라 비정규악법을 바꿔 좋은 일자리 만들라 했습니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연간 1,800시간으로 줄여 좋은 일자리 123만개를 만들자고도 했습니다.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여 노예가 아닌 노동자로 살 수 있게 하라 했습니다. 쉬운 해고, 임금삭감, 평생 비정규직, 노조 무력화를 요청하는 전경련의 요구를 노동개악으로 내세운 정부 정책을 중단하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은 한국사회의 한 축이기 때문에 대안을 요청한다, 들러리가 아닌 도탄에 빠진 노동자, 서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타협의 장을 마련하자고도 했습니다. 회신은 참 어렵게 들어왔습니다. 재벌을 위한 노동부 장관과 불통 대통령을 통해 무조건 따르라, 강행과 법적 조치뿐이다, 노동을 혐오하는 온갖 발언으로 전해듣고 말았던 것입니다. 대통령은 훈시 정치를 합니다. 전 세계가 새로운 경제 전환으로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데 우리만 개혁과 혁신의 발걸음을 늦춰서는 안된다며, 노동개혁이 일부 노조가 기득권을 놓지 않는 문제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깊은 늪에 빠져있다고 채근이 아닌 탓만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왜 국회 문턱을 못 넘고 노동자의 반대가 무엇인지 귀를 열고 대화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장기 불황과 소득 불평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점검해야 되는 것은 아닌가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UN총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는 노동자 권리 향상을 통해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생활임금을 벌 수 있도록 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두 나라인데, 그 나라의 최고 지도자의 철학은 완전히 다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내용을 오바마 대통령이 그대로 말하고 있는 현실에, 이 나라 지도자의 입으로 들을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이나 올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사회 노동유연화는 다른 나라와 질이 많이 다릅니다. 급변하는 생산체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오직 임금을 싼 임금으로,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착취 수단이 되고 말았습니다. 비정규직이 생긴지 20년 되었습니다. 한시적 노동력이 필요한 곳에 조금씩 투입한다던 비정규직이 5%, 10% 해마다 늘어가더니 지금은 2천만 노동자의 반인 천만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나라 기업들은 가장 손쉬운 이익수단으로 악용하고 있고 재벌들은 착취한 막대한 부를 곳간에 쌓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사회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 혁신과 기술혁신보다 임금착취의 달콤한 늪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정치가 답을 해야 할 때입니다. 생산기술 차이가 없어지고 있는 현실, 이걸 돌파하기 위해 우리나라 노동자 임금을 낮춰 재벌만 살릴 것인지, 아니면 오바마와 민주노총의 주장처럼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찾아 선순환의 경제체질로 바꿀 것인지 결단해야 할 것입니다. 달콤함의 늪, 참 무섭습니다. 그 늪에 빠져서 사회적 책임을 하지 않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재벌의 책임을 국가가 묻는 것은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10대 그룹 사내유보금이 작년 한 해만 50조가 늘었다고 합니다. 전경련을 통해 상납한 돈은 표면상으로는 800억 정도입니다. 더 많은 착취 구조를 만들어달라는 착수금 정도로 저는 생각합니다. 10대 재벌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40만 명입니다. 정규직 임금의 50%를 받고 노동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림잡아 해마다 10조 이상의 부를 재벌들은 그냥 착취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뒷배를 대어주니, 땅 짚고 헤엄칩니다. 그러다보니 더 큰 유혹을 느낍니다. 이제는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모든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재벌천국 시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의 대가로 800억은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더 많은 상납을 요구해도 기꺼이 내놓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동개혁이 아니라 재벌개혁이 시대정신인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최고지도자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여론을 주도한 나라들은 최저임금이 많이들 올랐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총선의 이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폄하하는 박근혜정권은 재벌 민원에만 몰두할 뿐, 최저임금 인상은 관심조차 두지 않으니 올해도 440원 오른 6,470원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려면 목숨을 걸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합법적인 파업도 사실상 불가능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절차를 위반해도 불법, 정부정책에 반대를 해도 불법,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해도 불법이요, 수단이 과격해도 불법입니다. 노조파괴에 맞서 투쟁해도 불법이고 사장에게 항의해도 불법입니다. 대한민국 노동이 숨 쉴 공간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노동의 권리는 46년 전 전태일 열사의 절규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아닌 회사가 노조를 만드는, 이런 참담한 세상이기도 합니다.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나라는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국가 경쟁력의 중요 지표가 되고 있는 세상입니다. 사회지도층 모두가 노사, 노정 관계의 힘의 균형을 잡힐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박근혜정권의 노동개악은 전국민 비정규직화이자 전 노동자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의자놀이입니다. 2009년, 해고는 살인이다 외치며 한국사회가 의자놀이 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회적 숙제를 남겼습니다. 해고자들의 계속되는 죽음에 모두는 자신의 문제라 자각하며 목소리 내기 시작했고 지난 대선 공약으로 정리해고 남용 방지법 개정을 여야 모두 공약했으나 상처가 채 낫기도 전에 그 자리에 쉬운 해고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노조 조직률이 OECD 34개국 중 31위이고 단협 적용률은 최하위입니다. 민주노조 전체를 괴사시키겠다고 밀어붙이고 있으니 이게 정상인지 나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에 정부정책 역량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단언컨대, 새누리당 후보조차도 소득 불평등 대책으로 노조할 권리를 공약으로 낼 거라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2015년 12월 조계사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피신한 노동자 한명 잡겠다고 수천명 경찰이 동원된 검거작전, 불교 성지를 짓밟겠다고 최후통첩을 하던 공권력들이 저는 눈에 선합니다. 무슨 특종이라도 되는지 수백대의 카메라는 밤낮 없이 켜져만 있었습니다. 종편은 하루 종일 생방을 했다 듣기도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노동개혁을 반대하고 있는 야당과 민주노총을 분리시키고 싶었을 것입니다. 민중총궐기를 기회로 불법집단으로 매도한 민주노총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프레임을 국민적으로 확산시킬 기회로 삼았습니다. 4월 총선에 승리를 해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청년학생,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한편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대선공약을 뒤집는 박근혜정권을 믿지 않았고 참과 거짓을 구분한 민심은 반민주, 반노동, 반민생, 반평화, 친재벌 박근혜정권을 심판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많이도 속아왔고 당해왔습니다.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있을 때만 하겠다는 정리해고는 멀쩡한 회사의 노조파괴 수단이 되었습니다. 2년만 지나면 정규직 될 수 있으니 좋은 제도라 했던 파견법과 기간제법은 착취수단이 되었고 2년을 앞둔 자리는 너나할 것 없이 자동 해지되는, 평생이나 17번이나 직장을 옮겨 다녀야 하는 불행한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겠다는 법은 민주노조를 가장 손쉽게 파괴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박근혜정권도 노동개혁이라는 좋은 이름으로 여론을 호도하면서 쉬운 해고, 전 국민 평생 비정규직 시대를 열겠다고 몽둥이를 들고 있습니다. IMF 이후 20년, 이렇게 노동자들은 당해왔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재벌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고 노동의 권리는 포승줄에 칭칭 묶여있는데 마지막 남은 노동자의 권리 중 단체협약이라는 빗장까지 내놓으라 합니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이 빗장을 지키기 위해 투쟁입니다. 전쟁보다 무서운 재앙, 소득불평등은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은 혹독한 대가로 우리 국민 모두가 감당할 몫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위임받은 권력은 주권자인 공공기관과 현대차 노동자, 2천만 노동자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 민주노조에 대한 수갑을 채우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폭력을 휘두르는 권력이야말로 법치를 유린하는 정권임을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두툼한 판결문에 적힌 단 두 자, 참작이라는 본질을 말씀드리기 위해 지금까지 진술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얼마 전 이세돌 구단과 대결한 알파고의 대국을 보았습니다. 참 잘 둡디다. 알파고가 지식으로는 이미 인간을 초월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었습니다. 알파고가 법률이 정하는대로 법정에서 판결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알파고에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따뜻한 가슴과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본 법정에는 백남기 농민의 억울함과 세월호 유가족의 피맺힌 한, 민주노조가, 민주주의가 포승줄에 묶인 채로 와있습니다. 또한 누구보다도 힘든 천만 비정규직과 건국 이래 가장 높은 스펙을 쌓았지만 이제는 절망만 남아있다 말하고 있는 우리들의 아들, 딸들도 함께 서있습니다.

재판장님, 
긴 시간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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