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어설픈 눈속임, “사망사고는 줄지 않았다”

 

- 경기위축으로 인한 사망 감소를 정책 효과로 포장하는 고용노동부

 

 

 

오늘 (7일) 고용노동부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통해 사고 사망자가 역대 처음으로 500 명대로 진입했다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추진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발표했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인 한국의 ‘정부 공식 발표’가 이렇게까지 아전인수 일 수 있는지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지난 해 한국은 심각한 경기위축으로 건설현장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규모가 위축됐다. 사고 사망은 이 경기 위축과 산업 규모 감소에 따른 것이다. 더구나 경기 위축에 비하면 사고 사망은 오히려 증가한 셈인데도 고용노동부는 사고 사망이 500 명 대로 줄었다고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감소한 사고 사망 46명 중 38명은 건설업에서 줄었다. 현장에서는 건설 물량이 반토막 났다 체감하고, 정부 자료에 따르더라도 2023년의 건설 착공은 전년대비 24%, 건축면적은 전년대비 31% 감소했다. 반면 건설업의 사고 사망 감소는 11%에 그쳤다. 규모 축소에 비한다면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제조업 가동률은 전년보다 45% 감소했지만, 사고 사망 감소는 1명 뿐이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상식적으로 경기 위축에 비하면 사고 사망은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또 고용노동부는 엉성한 통계를 들먹이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추진효과로 사고사망 감소에 영향이 미쳤다고 주장한다.  고용노동부는 발표에서 “2023년 5월, 쉽고 간편한 위험성 평가 도입으로 위험성 평가 실시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지만, 이는 최근의 실시율이 아니라, 2019년 실시율과 대비하는 통계의 조작으로 구차하기 이를데 없는 눈속임이다.

 

2021년 ‘산업안전보건실태조사’(노동부 안전공단) 에 따르면 3,842개 사업장 중  위험성 평가 실시율은 72.4%다.  노동부 발주로 한국안전학회가 2023년 3월에 50인(억)미만 사업장 1,442 개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선 조사 대상이 작은 사업장임에도  1년에 1회 이상 실시한 사업장이 70.2%, 부정기적 실시까지 포함하면 86.4%에 달했다. 위험성 평가는 노동부의 ‘간편한 위험성 평가 도입’ 이전에도 현장에서 성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오늘 발표한 노동부 조사 결과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71%에 불과했다. 위험성 평가 개정 4개월만인 2023년 9월-10월의 조사를 정책 시행 효과의 근거로 삼는 것 자체가 억지인데 그마저도 그 실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 

 

일선 현장에서 위험성 평가 실시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사고 사망의 감소 결과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효과로 포장하기 위해 굳이 5년 전인 2019년 실시율과 대비해 위험성 평가 실시의 증가를 주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22년 11월말에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이 바로 한 달 뒤부터 사고사망 감축의 효과를 발휘했다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

 

노동부가 스스로 로드맵에서 성과로 내세운 <사고백서> <중대재해 사이렌>, 심지어 캠페인이 중심인 안전문화 실천 추진단이 사고사망 감축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과연 누가 납득할 수 있을 것인가.

 

고용노동부가 해야 할 것은 “사고 사망 역대 처음 500명대 도입” 같은 억지 자화자찬이 아니라 사상 유례없는 경기 위축에도 사고 사망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과 대책 마련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 투자, 인력 확대등 재해예방 기반은 구축되고 있으나 사고 사망의 실질 감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법은 시행되었으나, 지지부진한 수사, 기소, 처벌로 법의 엄정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의 법 개악 추진, 그리고 노동안전과 생명에 대한 경시 태도가 그 원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과 역대급 경기 위축에도 사고 사망이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처벌보다 예방> 이라고 운운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이 결국 초기부터 실패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노동부는 더이상 어설픈 통계의 눈속임과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 오로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생명 안전의 가치를 후퇴시키는 개악을 중단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한 집행과 50인(억) 미만 사업장 재해 감소 근본 대책을 추진하라.

 

 

2024. 3. 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