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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자료]발전소 매각 유보 촉구 문화예술 106인 선언문

작성일 2002.03.28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1989
「발전소 매각 및 민영화 전면유보」를 위한 문화예술인 성명서
- 3월 28일 11시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 열어 발표

봄은 왔는데 어찌 이리도 추운가?
남쪽에서부터 매화, 개나리, 진달래, 백목련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는데 추위는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신록의 잎사귀들이 메마른 가지에서 돋아 나오고 따사로운 햇살이 대지 위에 뿌려지고 있는데 이 추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지금 우리 앞에 한 장의 사진(한겨레신문 사회면, 2002. 3월 23일)이 놓여 있다. 젊은 주부가 사택에서 나가달라는 퇴거명령서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읽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다. 그 뒤에는 어린 남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 있다. 우리는 아이의 눈동자를 본다.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가 봐야할 봄날은 어디에도 없다. 아이의 아버지는 파업 현장에서 낮과 밤을 보내며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서울 발전소는 "3월 19일 청와대 및 본사의 지시사항이니 이른 시일 안에 퇴거해달라"는 공문을 파업관련 해고자한테 보냈다. 청와대가 이렇게 지시해도 되는 것인가? 사택에서 쫓겨나는 어린 아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맑은 눈동자에서 피눈물을 보아야만 한단 말인가? 대량해고와 재산가압류, 대규모 구속의 악순환이 황사처럼 저 어린이의 눈망울을 뒤덮고 있는 것을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뜨거운 가슴은 차마 용납할 수가 없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1%가 외국기업과 재벌에게 발전소를 파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의 대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매각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까지 앞장 서서 "발전산업이 적자를 계속 내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했던 그 날 한국전력은 지난 해 1조792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하고, 한전에서는 어마어마한 흑자를 냈다고 발표한 이율배반의 상황을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경제에 대해서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공기업이 만성적인 적자를 내기 때문에 해외매각과 재벌들한테 공적(公的) 가치까지도 팔아 반드시 민영화를 해야만 한다는 논리에는 반대한다. 공기업 적자의 원인은 정부와 경영자한테 있다. 그런데 공기업의 적자를 민영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 뒤에는 정부와 경영자의 실패를 노동자와 국민에게 뒤집어씌우겠다는 책임전가의 발상이 숨어 있다. 발전소가 민영화되면 전기료를 상당히 인상할 것이 뻔하다. 어차피 전기료를 인상해 적자를 흑자로 돌리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에 그저 아연실색할 뿐이다. 그런데 오히려 한전은 2조에 가까운 흑자를 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모순에 대해 정부는 객관적인 대답을 발전노조의 조합원들과 국민 앞에 내놓아야만 한다.
그런데도 정부와 발전소 측은 날마다 대형광고를 통해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며 파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 강경한 어조로 협박을 일삼고 있다. 민영화 강행의 방침을 확정해놓고 어떠한 대화도 거부하면서 오직 복귀명령만을 협박에 섞어 남발하는 정부의 극단적인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우리는 공적 가치의 역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공공재의 공적 가치는 국민 생활의 안정성 확보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공재의 높은 사용료가 수익성 추구라는 경제논리 때문에 국민 생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면, 공공재의 공적 가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민간기업에 쏟아 붓고도 그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지난 몇 년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이야말로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남아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여전히 공기업의 해외매각을 전제로 한 민영화를 강행하려는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 집행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부담 운운하기 이전에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탕진해버린 공적자금이나 제대로 회수하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다.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불법파업이라고만 몰아 부치는 정부의 고압적인 협박만으로는 지금의 어려운 사태를 절대로 해결할 수가 없다. 우리는 국민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힘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정부의 강경책에 엄중히 반대한다. 반대의 이유는 이율배반의 정책을 강제적이고 폭압적이고 반인권적인 방법으로 행사하려고 하는 정부의 태도가 객관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전력부족을 참아내고 에너지절약에도 동참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택에서 쫓겨나야만 하는 저 어린 남매의 눈망울에 피눈물이 맺히는 것만큼은 인내할 수가 없다. 발전 노동자들의 고통은 곧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고통임을 우리는 뜨거운 가슴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방법으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정부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소 고발, 복귀협박, 전원해고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재산가압류를 취소하라!!

-. 정부는 노동운동 탄압을 즉각 중지하고, 서민과 국민경제의 미래를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라!!

-. 정부는 발전사업에 대한 해외매각을 전제로 한 민영화를 전면 유보하고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 아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하라!!


2002년 3월28일(목)


「발전소 매각 및 민영화 전면유보」를 위한 문화예술인 일동

강 광, 강내희, 강연균, 강요배, 강준일, 강찬석, 강형철,
강홍구, 고 은, 구중서, 권용택, 김경주, 김경희, 김규동,
김동원, 김명곤, 김보성, 김상철, 김영기, 김영동, 김영수,
김용태, 김윤수, 김인규, 김인순, 김정란, 김정헌, 김정환,
김지하, 김창우, 김채현, 김천일, 김철호, 김춘미, 김혜경,
김혜준, 노동은, 도정일, 도종환, 명계남, 문무병, 문병란,
민 영, 박대석, 박석규, 박인배, 백낙청, 백정숙, 백지숙,
성완경, 송기숙, 신경림, 심광현, 심우성, 양기환, 엄상빈,
여 운, 염무웅, 원동석, 원용진, 유지나, 이현승, 윤석남,
윤석위, 이기택, 이기형, 이노형, 이동수, 이동연, 이명한,
이상헌, 이 섭, 이승철, 이시영, 이영진, 이용관, 이용훈,
임종재, 이재현, 이종률, 이철수, 이충직, 이혜경, 임옥상,
임옥희, 임정희, 임진택, 장진영, 정기용, 정남준, 정지영,
정태춘, 정희성, 조건영, 조경숙, 조명래, 주완수, 주재환,
지금종, 채희완, 최민화, 현기영, 홍선웅, 홍성태, 황석영,
황세준 (이상 가나다順 10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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