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 반노동정책이 낳은 예선노동자 파업
‘근기법 적용’ ‘노조활동 보장’ 소박한 요구 정부가 차단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소속 항만예선지부 부산지회와 울산지회 노동자들이 8월 7일 오전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예선노동자 파업은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정책이 빚어낸 또 하나의 파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예선노동자 파업을 적극 지지하며, 물류대란과 같은 파국에 이르기 전에 정부와 사측이 이들의 정당한 요구를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예선지회의 파업은 표면상으로 보면 사측의 교섭거부와 노조불인정에서 비롯됐다. 지난 6월 운수노조에 가입한 부산-울산 예선지회는 8개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됐다. 지회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조정신청 등 법이 보장한 모든 절차를 밟으며 대화를 통한 해결노력을 기울였으나, 회사는 노조불인정 태도만을 고수했다. 결국 지회는 조정이 종료된 6일 밤 파업돌입을 결정, 7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예선노동자들의 요구는 소박하다. 노조사무실 제공 등 노조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마련과 법이 정한대로 근로기준법을 적용시켜 달라는 것뿐이다.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8개 회사가 고작 노조사무실 2개를 제공할 여력이 없을 리는 만무하다.
언뜻 보면 대화로 풀리지 않을 리가 없는 내용인데도 파업에까지 이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번에도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정책이 문제였다. 현행법상 예선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선선주들은 지금까지 노동조건과 임금 등에서 큰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선원법을 적용해왔다. 이에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사측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예선노동자에게도 선원법을 적용하려는 법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노동부도 예선작업을 필수유지업무로 규정해 단체행동 자체를 봉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급기야 돌연 ‘예인선 선장은 사용자’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입장까지 내놓은 판이다. 정부가 이렇게 나오니 그간 소극적이나마 교섭에 응했던 회사들도 태도를 바꿔 노조탈퇴 종용과 대화거부로 선회했다. 정부의 ‘반노동정책’이 그나마 이뤄지고 있던 교섭마저 가로막아버린 셈이다. ‘CEO 대통령’을 자처하는 이명박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몰아넣는단 말인가.
이번 파업에는 울산에서 120명, 부산에서 70명이 동참했다. 울산항은 대형선박 입출항이 마비된 상태다. 부산항도 파업이 길어질수록 항만마비 사태가 불가피하다. 다급해진 정부는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타 부두의 예선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나, 고도의 숙련을 요하는 예선작업에 대한 무리한 대체작업은 대형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다. 대체에 한계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예선노동자들은 파업돌입 순간까지도 인내를 아끼지 않아왔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교섭을 통한 노사합의를 주장해 왔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노조혐오를 버리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법에 따라 보장하기만 해도 이 사태는 물류대란-항만대란을 피해 쉽게 풀릴 수 있다. 마산지회도 조정절차를 밟고 있으며, 여수지회 역시 조합원이 해난사고로 목숨을 잃으며 투쟁을 벼르고 있다. 정부와 8개 회사의 인식전환과 태도변화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09년 8월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