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부 ‘표준규약 권장안’은 ‘노조 흔들기 매뉴얼’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노동조합의 합리적 운영을 위한 표준규약 권장안’의 실체가 조직된 노동자 대표체인 노동조합의 지도력을 뒤흔들기 위한 것으로 규정한다. 노조 규약은 구조적으로 힘의 불균형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집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조직을 결성하고 운영하기 위한 일종의 규칙에 해당하며, 이의 구체적 내용은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권고의 명목이든 지침의 형식이든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명백히 노사자율주의에 대한 몰각에 다름 아니다.
노동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조합비횡령을 운운하며, 노노갈등의 사전예방, 노조의 자주적 민주적 운영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합비횡령이 노동자의 자율적 권리를 침해할 만큼 만연되고 심각한지에 대한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위해 정부가 개입한다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설사 어용노조에 의해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노동조합 스스로가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절차를 거쳐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그 자체가 민주노조의 건설-발전 과정이기도 하다. 사실 ‘노조 재정’에 대한 딴죽걸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소위 ‘노사관계로드맵’ 논란 때는 물론이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정부업무보고에도 ‘노조재정투명화강화’에 대한 강조는 쉽게 발견된다. 노사관계에 대한 잘못된 개입주의 논리가 현 정부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자기결정권은 헌법에 명시된 사회권적 권리로서 그 핵심은 ‘자주성’에 있다. 정부가 나서서 표준규악안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노조를 순응의 대상 혹은 시정의 표적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언급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현 정부 집권 이후 노사관계는 대화의 단절과 민주적 운영의 부재를 그대로 노출해왔다. 민주노조운동을 대화상대에서 배제해왔을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및 그 가맹 연맹조직에 대한 의도적 탄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미디어법, 복수노조 및 전임자와 관련된 노조법 등의 일방적 개악시도와 그리고 의료민영화와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의 일체의 과정에서 민주노조진영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한 적도 없으며, '민주주의'는 더더욱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정부가 노사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근본이라 할 만한 노사자율주의와 노동조직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아예 없이, 노동조합의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배려 깊은 '권고안' 발표가 올 초부터 공공부문을 필두로 진행된 단협 검토 및 이를 통한 노조무력화 시도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권고안의 목표가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에 있는지, 아니면 민주노조진영의 조직적 이반에 있는지 정부는 답해야 한다.
2009년 8월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