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지구상에 이런 대통령은 없다
최고법인 헌법이 보장하는 파업권을 부정하는 말을 쏟아내고도 돌아서서는 준법이 원칙이라는 양심적인 대통령. 철도파업이 합법인 근거에 대해서는 한마디 반박도 못하면서, 노조와는 협상할 생각도하지 말라는 용감한 대통령. 급기야 인상까지 구겨가며 파업현장에 들이닥쳐 노조탄압을 지시하고 노사갈등을 부추기는 품격 높은 대통령. 이런 대통령은 정말 지구상에 없다.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들이 아니면 누가 파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자리를 가진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명석한 대통령. 청년들에게 고작 하루살이 인턴자리이나 던져주면서 청년실업을 뜬금없이 노동권 행사를 틀어막을 수단으로 이용할 줄 아는 기막힌 전술가 대통령. 국가 사법기관인 중노위가 합법파업에 대한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이자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한 사실도 모른 채, 퇴직자까지 불러들어 대체인력을 투입하라 지시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올곧은 대통령. 이런 대통령은 정말 지구상에 없다.
건국 이래 늘 그랬던 것처럼 경제가 좋은면 이럴 때 바짝 벌자며 파업 탄압하고, 어려우면 어려울 때 파업한다고 탄압하는 정말 일관된 대통령. 체제가 변해야 파업이 진정 권리가 될 수 있으려는지, 경쟁이 기본 원리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쟁 중에는 파업할 수 없다고 윽박지르며 어려운 질문 날카롭게 들이대는 대통령. 노상 국민경제가 걱정이라며 30조 4대강 예산마련 위해 복지예산 깎고, 교육예산 자르고, 지자체예산 줄이고도 모자라 공공부문노동자 주머니까지 노리는 알뜰한 대통령. 헌법에서 노동3권 지우자는 사람을 한국노동연구원장에 임명하는 인사가 만사인 줄 아는 대통령. 이런 대통령은 정말 지구상에 없다.
대통령은 이런 파업을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지만, 지구상에 정말 단 한 명밖에 없는 기막힌 대통령을 둔 노동자들이야말로 어쩔 도리가 없다. 지체 높은 분이 굳이 철도 말단현장에 행차하며 노조에 본때를 보여줄 결심이면, 이왕 나선 걸음 노조 죽이겠다고 문까지 걸어 잠근 한국노동연구원에도 들르심이 어떤가?
2009. 12.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