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경총 2010년 임금동결 방침, 싸구려 고용으로 배불리려는 의도
- 최저임금 동결은 인간다운 삶에 대한 사형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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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이 16일 임금과 최저임금 동결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2010년 임금조정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경총은 최근 9%를 넘는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경총은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정책적 목표는 이미 달성됐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한국은행조차 소득격차를 우려하며 그 대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제시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최저임금제도가 첫 도입된 지난 1988년 최저임금은 월 11만4천원에서 지난해 83만6천원으로 7.33배 올랐다. 그러나 전체 노동자의 임금총액도 44만6370원에서 279만5053원으로 6.26배 올랐다. 최저임금만 유난히 높게 오른 게 아니다. 게다가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은 7.47배 올라 최저임금인상률을 웃돈다. 지난 10일 OECD가 내놓은 ‘구조개혁평가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중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40% 가량으로 미국 일본 체코에 이어 가장 낮은 하위권이었다. 반면 프랑스는 65%에 가까워 최저임금이 중간임금에 상당히 근접했다.
경총은 최저임금을 중소기업 경영난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고질적 원․하청구조의 후진성에 있다. 지난해 원자재 값이 4배나 올랐는데도 매년 5~10%씩 제품 단가를 깎는 대기업의 횡포에 울분을 토하는 중소기업주의 목소리는 최근 주총 시즌을 맞아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경총은 “호황을 누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전체 기업의 절반정도가 작년 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주장한다. 한국 경제는 경총이 말한 ‘호황을 누린 일부 대기업’이 좌지우지한다. 이들이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후려칠 때 경총은 무엇을 했는가. 중소기업이 어렵다고 한 달에 86만원도 안 되는 월급에 힘겨워하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희생시키겠다는 것은 잔혹한 착취논리다. 책임을 지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면 어려운 중소기업을 몰아붙여 부당하게 배불리는 ‘일부 대기업’부터 먼저 반성해야 한다.
그나마 경총이 올 임금조정 기본방향에서 ‘신규채용 확대’ ‘하청 중소기업의 근로환경 개선’ ‘청년실업 문제와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을 언급한 점은 의미 있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성장만이 고용과 복지를 낳는다’는 과거의 낡은 담론만 반복해서는 안정적인 이윤을 보장받기가 더 이상 어렵게 된 현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자본은 새로운 착취담론을 형성시켜나가고 있다. 고용과 임금 문제를 상호 충돌시킴으로써 노동계급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자본가계급은 그 틈에 노동유연화(고용불안, 저임금)를 강화해 배를 불리겠다는 의도다. 경총이 겉으로 신규채용, 청년실업, 고령화 등을 우려하는 것 역시 그러한 의도에 따른 결과이다.
문제해결의 가장 올바른 방법은 ‘고용’과 더불어 ‘고용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근로빈곤층인 저임금노동자 비중이 이미 한국은 25.6다.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경총은 “올해 임금을 동결해 고용률을 선진국 수준인 70%까지 제고하고 청년실업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싸구려 일자리로는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양산된 질 낮은 일자리는 내수침체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경제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싸구려 불안정 고용을 늘려 돈을 벌겠다는 심산이지 그 따위가 무슨 대응책일 수 있는가.
민주노총은 고용의 질과 양을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만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확신한다. 또 최저임금 동결로는 결코 선진국 대열에도 진입할 수 없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은 생존의 유일한 수단이다. 특히 현재의 최저임금은 저임금노동자들의 고달픈 삶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를 공감하지 못하는 경총은 여전히 임금을 이윤을 저해하는 비용 측면으로만 접근한다. 그러니 노동자들을 쓰다 버리는 싸구려 소모품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경총은 ‘2010년 임금조정 기본방향’ 철회하라!
2010.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