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민은 ‘진실’을 원했지만 대통령은 ‘북풍’에 집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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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 후 국론은 그야말로 천안함처럼 두 동강이 났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 정부의 발표 내용은 물론 시점조차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의혹투성이라는 점에 있다. 때문에 국민들은 정부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답함을 토로하며 상식의 이름으로 온갖 질문을 정부에 던졌다. 따라서 천암함 조사결과 발표에 이은 대통령 담화의 주된 내용은 이러한 국민적 의혹에 답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오늘 담화는 그러한 국민의 요구를 외면했다. 어설프다 못해 조롱거리가 된 군의 발표를 애써 “확실한 물증과 함께 최종 결론을 내 놓은 것”으로 규정하려한 노력이 앞선 가운데,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도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 대통령이 즉각적인 자위권발동을 운운하니 일부 언론과 고위층에서는 “국민들이 3일만 참으면 북과 전쟁을 벌여 이길 수 있다”는 섬뜩한 말까지 서슴없이 하는 것 아닌가. 진정 평화와 안보를 저해하는 것은 군의 해이해진 기강이 아니라 저들의 위험천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담화문에서 대통령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떤 예단도 하지 않도록 했다며, 마치 객관적 태도를 유지한 양 말했지만, 국민들은 발표 이전에 벌써 정부의 결론은 “북의 소행”으로 날 것이란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주요 정보를 독점한 정부와 언론이 여론을 이용해 이미 결론의 방향을 조종해왔음을 의미한다. 국민은 ‘진실’을 원했지만 정부는 ‘북풍’을 원했던 것이다.
결국 오늘 대통령 담화는 지방선거를 앞둔 ‘북풍’과 안보를 최대가치로 숭배해 온 보수세력의 정치적 쓸모 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번 대통령의 담화가 담고 있는 국민의 이익은 무엇인가? 섣부른 자위권은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 3일만 참으라고 하는데 누구를 위해 전쟁을 하자는 얘기인가. 희생된 장병들이 전쟁을 원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2010.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