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문]
정부와 노동부, 공익위원들은
헌법이 명시한 최저임금 정신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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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을 불과 이틀여 앞두고도 경영계의 엉뚱한 발목잡기와 정부의 수수방관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할 전원회의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여러 경제지표를 깡그리 무시한 경영계의 ‘동결’안과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이라도 달라고 요구하는 노동계의 26% 인상안은 지난 25일 6차 전원회의를 마친 지금 0.7% 대 21.7%로 5%P 가량 격차를 좁히는 수준에 그쳤다. 노동계가 최초 요구안에서 4.3%나 후퇴한 반면 경영계는 노동계 수정안의 1/6도 안되는 0.7%만 내놓고 버티고 있다.
세 차례나 수정안을 낸 25일 회의에서 경영계는 연거푸 두 번이나 5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막판엔 결국 낮은 인상률을 제시해 경영계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확신이 없다면 이런 치졸한 협상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
올 1분기 한국경제는 8.1%의 기록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주요 증권사는 2분기에도 전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70% 가량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엊그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정부가 내다보는 올 경제성장률 5.8%는 보수적 전망치”라고 발언했다.
최저임금 결정에 최우선 고려사항은 ‘저임금 노동자’다.
경영계는 경기지표 호전에도 중소기업의 경영위기를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에 난색을 표한다. 노동계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인정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경영위기의 최대 주범은 다른 곳에 있다. 지난 1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경영환경전망 및 애로 실태조사’에서 중소기업주들은 가장 큰 경영애로사항으로 ‘원자재 등 제조원가 상승’(47.4%)을 들었다. 두번째 애로는 ‘자금 등 유동성 확보’(22.7%)였다. 가장 큰 애로는 원하청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부리는 대기업의 횡포다. 원자재 값은 뛰는데 납품단가를 동결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위기의 주범이다. 두번째 애로는 유독 중소기업에게만 높은 은행 문턱인데 이는 정부가 금융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다. 종합하면 중소기업은 재벌과 정부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 노동계는 이 투쟁에 중소기업과 함께 할 준비가 돼 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최저임금과 간접적이나마 관련된 ‘인건비 물류비 등 경영비용 증가’의 애로를 지적한 비율은 고작 5.6%에 불과했다. 오히려 ‘인력부족’을 지적한 비율이 10.9%로 두 배 가까이 더 높았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 위기와 무관하다. 이런데도 경영계와 공익위원들은 중소기업 위기의 원인 진단으로 25일 회의의 대부분을 소진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중소기업위원회가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최우선 고려해야 할 책임이 있다.
중소기업 위기의 주범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대기업과 정부다.
노동부조차 올 전체 노동자 임금인상률을 5%로 전망했다. 따라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의 최대 바로미터인 최저임금 인상률은 당연히 5% 이상이어야 한다. 그것이 최저임금법의 입법 취지다. 그런데도 경영계는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가 180만명을 넘었다며 최저임금을 더 인상할 수 없다고 한다. 미달 노동자 수를 줄이는 길은 두 가지다. 최저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방법과 노동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다양한 중소기업 산업정책에 개입하는 방법이 있다.
노동부의 수수방관 속에 10%를 상회하는 높은 미달률 해소에 대한 노사 공방에도 노동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최저임금 미달률이 1%대로 노동부와 경영계가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일본도 과거 1970~1980년대 미달률이 18%에 달했다. 최저임금 삭감으로 미달률을 낮추자는 주장은 저임금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정책이다. 20여년 전 최저임금 도입 때 학계는 제도 시행보다 더 중요한 게 정부의 위반사업장 관리감독이라며 ‘3배 배상제’나 ‘6배 배상제’를 주장했다. 노동부는 우선 관리감독부터 제대로 하고 저임금에 기댄 한계산업 재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대기업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경기가 살아났지만 중소기업에겐 그 몫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저임금 노동자는 더욱더 어렵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제1항은 “국가는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제’를 헌법에 명시한 이유가 무엇인지 되새겨야 한다. 최저임금제도는 무엇보다도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경영계와 노동부의 일부 관료를 제외한 국내외 경제학계와 여러 국제기구가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최악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한국처럼 양극화가 심화된 나라에서 전체 노동자의 임금이 5% 오르는데 최저임금을 그보다 더 낮게 책정하자는 건 헌법 정신을 짓밟는 만행이다. 저임금 노동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2010년 6월 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 첨부 : 기자회견문 파일 및 최임위 교섭경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