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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창구단일화) 시행 100일은 어용노조 육성의 100일이었다

작성일 2011.10.10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4133

[논평]

복수노조(창구단일화) 시행 100일은 어용노조 육성의 100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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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오늘 발표한 ‘복수노조 시행 100일 평가’는 아전인수식 해석의 대표적 사례라 할 만 하다. 노동부가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복수노조를 둘러싼 현장의 혼란과 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복수노조의 애초 취지인 ‘단결권 확대’는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확대된 것은 ‘사용자 지배개입에 따른 어용노조’가 대부분이다. 

노동부가 밝힌 ‘상급단체 가입 없이 독립노조로 설립하는 양상’이 늘어나고, 기존 노조에서 분화한 노조가 조합원 대비 과반 이상을 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복수노조 제도 시행 이후 설립되고 있는 노동조합의 대부분이 사용자가 주도한 이른바 ‘어용노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복수노조 제도는 사용자의 지원과 지지를 받는 어용노조의 경우 생존이나 확대가 용이한 반면,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에 따라 설립된 민주노조는 씨가 마를 수밖에 없게 설계돼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용노조가 과반 이상이면 창구단일화 절차를 택하면 되고, 민주노조가 과반 이상이면 소수 어용노조를 만들어 자율교섭을 진행하면 된다.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동원하면, 불과 수 명으로 시작한 어용노조를 순식간에 과반 이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반면 민주노조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출범과 함께 강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과반 이상’을 조직하지 못하는 순간, 탄압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제도시행 초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어용노조 출현이 줄을 잇고 있는 사실 자체가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해 채택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민주노총이 지난 7월 한달 동안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생겨난 신규노조를 분석한 결과, 무려 66%에 이르는 신규노조가 ‘어용노조’로 분류된 사실은 이와 같은 현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안착되고 있다’는 주장 역시 안타까울 따름이다. 노동부의 전방위 압박 속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른 ‘창구단일화 이행률’을 ‘제도에 대한 만족도’로 이해하는 강자의 논리도 아연실색할 일이지만, 노동부는 오히려 이런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은 사업장일수록 ‘노조법 전면 재개정 요구’가 더 높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노동부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도 창구단일화 절차를 피해가기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수를 짜내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노동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게다. 도대체 언제까지 통계놀음 뒤에 숨어 거짓을 이어갈 텐가. 

해법은 ‘자율교섭 보장’이다. 한국의 노사관계 현실이 그러하다. 노동부가 지난 2007년 조사-발표한 <복수노조 병존 사업장의 노사관계 실태연구> 보고서에 답이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12월 말 현재 총 72개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 중 92%인 66개 사업장이 ‘자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즉 한국의 교섭현실에서는 오히려 자율교섭이 더 적합하다는 사실이 현실을 통해 드러난 셈이며, 이렇게 자율교섭을 해서 회사가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에 빠졌다는 보고는커녕 징후조차 찾아 볼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 역시 ‘교섭방식은 해당 국가의 구체적인 노사관계와 노사문화 등에 따라 노사정간 충분한 논의와 합의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과 함께 ‘소수노조의 교섭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 개악 노조법은 민주노총의 거센 반발 속에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법으로, ‘노사정간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쳤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국회에는 두 개의 노조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소속 의원 81명이 서명한 노조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지난 5월 18일 발의됐으며, 이어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이 주도하고 50명의 의원이 서명한 노조법 일부개정 법률안도 6월 9일 입법발의 절차를 마쳤다. 두 개정안은 내용에 있어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를 보이고 있긴 하나, 국회의원 131명이 ‘노조법 개정’이 필요함을 촉구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의 반대로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한술 더 떠 ‘노조법 털끝 하나 못 건드린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란 별칭을 버릴 생각이 없다면, 당장 상정해서 논의하는 것이 옳다. 국회 환노위는 지금이라도 노동계의 논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회는 법을 만들기 위한 곳이지, 못 만들게 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201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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