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직업병 인정기준 개정 입법예고, 현실 반영 못해
어제(26일) 노동부가 직업병 인정기준 개정 관련 근로기준법과 산재보험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했다. 입법예고의 주요 내용은 ‘직업성 암 발암물질과 표적 암 종류 확대’와 ‘포괄 규정 신설’, ‘만성폐쇄성 폐질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등 직업병 인정기준 확대’와 직업병 산재 신청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직업병 인정기준의 체계 변경이다. 또한, 지난 2월 15일 [업무상 질병판정 절차 및 인정기준] 토론회에서는 수 년 동안 그 부당성이 지적되었던 ‘뇌심혈관계질환 만성과로 기준’ 고시 개정과 직업병 인정기준 개정 후속작업을 발표했다.
노동부 개정안이 직업병 산재인정 기준과 절차의 부당성 해소, 노동자의 접근성 강화 방안을 일부 반영하기는 하였으나, 날로 증가하고 있는 직업병의 현실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첫째, 직업병 인정기준의 정기적인 검토와 개정을 위한 상설기구가 제도화 되어야 한다. 개정안은 사회적으로 수차례 제기되었던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위암, 간암, 야간 교대제 노동으로 인한 수면장애, 유방암, 유산, 기관사 노동자의 공황장애,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질환, 청소노동자의 감염성 질환 등 많은 부분이 여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한 것에는 청소노동자, 여성 노동자등 취약노동자를 비롯하여 서비스업, 운수업 등에 대한 실태조사, 연구보고 축적의 부족이 원인중의 하나였다. 또한, 직업병을 일으키는 물질, 진단방법, 변화하는 현장의 현실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수 십 년 직업병 인정기준 개정을 하지 않은 직무유기를 또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직업병 인정기준의 정기적인 검토와 개정을 위한 상설기구‘가 반드시 제도화 되어야 한다. 그 기구를 통해 이번에 반영되지 못한 문제들을 연구 검토하고 논의하여 정기적인 개정을 하여야 한다.
둘째, 직업성 암 인정기준에 있어 사회적 요인의 배제에 대한 시급한 추가 개정이 논의되어야 한다. 교대제 노동, 노동 강도와 직무스트레스 등은 직업성 암의 주요한 원인이나 이번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기간에 직업성 암 산재 신청 중 위암과 간암이 수 년 동안 단 한건의 산재승인을 받지 못했는데, 여전히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한 시급한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 벤젠 노출기준, 소음성 난청의 노출기준과 종사기간 등 산재 승인과 소송과정에서 문제가 지적되어 왔던 노출 기준이 여전히 개정되지 않았다. 직업성 암을 비롯하여 직업병 관련된 노출 기준을 개정하고, 복합 노출에 대한 규정이 반영되어야 한다.
넷째, 2월 15일 노동부 토론회에서 참가자가 가장 많이 지적한 것은 ‘인정기준의 개정이 실질적인 산재승인의 확대’로 귀결되게 하는 실질적용 시스템이다. 재해조사, 역학조사의 인력 확대, 전문성 강화, 산재신청인에게 심의안 제공과 조사과정 참여 보장 및 질병판정위원회 등 산재심사승인체계의 개혁이 밑받침 될 때 직업병 인정기준은 사문화 되지 않고 실질적인 산재승인의 증가로 귀결 될 것이다.
다섯째, 직업병 문제와 관련하여 산재예방과 산재보상의 통합적인 연구와 연계구조의 확립도 시급하다. 2011년 노동부가 발암물질 목록을 59종에서 184종으로 확대했음에도 개정안에는 23종만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직업병 인정기준 확대는 산재발생에 대한 사후적인 보상에 불과하다. 부처가 단일함에도 산재보상과 산재예방사업의 유기적인 연계가 막혀있는 현실이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50년만의 개정.. 그러나 직업병 산재 인정기준 확대를 반기기에는 수 십 년 병마에 시달리며 직업병 산재인정 투쟁에 나섰던 수많은 노동자와 가족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분노가 너무나도 깊고 크다. 정부는 인정기준의 확대를 선전하기에 앞서 1963년 산재보험법 제정 이래 50년 동안 직업병 인정기준을 방치한 직무 유기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전히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삼성 직업병 산재 노동자와 금속노조 직업성 암 집단 산재신청 노동자에 대한 전향적인 산재 인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3년 2월 27일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