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GM에 굴종한 정부, 정부에 굴복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 한국GM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에 부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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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또 다시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도깨비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는 궁색한 논리도 여전했다. ‘신의칙’은 자본가의 욕심을 채워주는 도깨비 방망이인가.
5월 29일 대법원은 통상임금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미지급 수당을 소급해 지급하라’던 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작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되 그 조건으로 제시한 ‘신의칙’에 따라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또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했다.
이번 판결은 부조리로 가득 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일반화한 사례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향후 소송들에서 ‘신의칙’이 전가의 보도로 활용될 우려가 더욱 커졌다. 신의칙은 민법상 원칙을 규정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또한 근로기준법이 강행규정으로 노동자에게 일정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신의칙을 내세워 권리행사를 가로막는 것은 부적절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신의칙’이라는 기상천외한 법리를 남용하여 임금청구권 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중대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모호한 기준을 남발하여 자본가들의 임금 떼먹기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사법부를 규탄한다.
특히 우리는 이번 판결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미국자본의 ‘민원’을 접수해 왜곡시킨 사안이라는 데 주목한다. 사법부가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대통령은 미국자본에 허리를 굽실거리는 이 상황이 ‘자본 독재’가 아니라면 또 무엇인가. 통상임금 문제의 본질은 전체 임금 중 기본급 비중을 낮추고 기타 수당이나 상여금·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편법으로 왜곡된 방식으로 시간당 임금과 초과노동에 대한 할증임금을 낮추려는 의도에 있다. 이렇게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조장한 것이 현재 통상임금 문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부라면 왜곡된 통상임금을 바로잡고 장시간노동 관행을 철폐하는 방향으로 법 제도를 정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노동부는 오히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악용, 확대 해석하여 ‘재직자 기준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지도지침을 하달했다. 최소한 이번 판결에서는 정부의 통상임금 지침이 아무런 정당성이 없음은 확인했다. 대법원은 ‘재직 기준에 관계없이 통상임금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것이다. 노동부는 당장 모순투성이 통상임금 지도지침을 폐기해야 한다.
우리는 사법부의 각성을 재차 촉구하는 동시에 정부와 국회가 통상임금 관련 법 제도를 전면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무수한 혼란을 야기하는 불필요한 통상임금 판단기준을 전부 배제하고, 통상임금의 사전확정성, 명확성,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근기법을 개정해야 한다. 말 그대로 “통상적으로 정해진 근로시간(소정근로시간)에 일하면 받을 수 있는 통상적인 임금”을 모두 통상임금으로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민주노총은 통상임금 정상화를 위해 6월 대정부 투쟁과 함께 근로기준법 개정 입법청원운동을 힘차게 펼쳐나갈 것이다.
2014년 5월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