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고용형태 공시로 확인된 비정상 고용구조, 자율개선에 맡길 수 없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오늘(1일) 노동부가 처음 도입된 고용형태 공시제 시행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상시고용 규모 300인 이상 기업 노동자 중 87만8000명(20.1%)이 파견/하도급/용역 등 간접고용노동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40만명)과 건설업(16만명)이 특히 높아, 이들 산업이 전체 간접고용의 64%를 차지했고, 제조업 내에서는 조선업(64.5%), 철강금속(37.8%)이 특히 높았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1천인 이상 고용하는 대기업일수록 직접고용 비율이 낮고 ‘소속 외 근로자(파견, 하도급, 용역 등 간접고용비정규직)’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1천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기간제비정규직 고용비율이 높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의 신고에 따른 결과라는 신뢰성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심각한 결과다. 비정상적인 고용형태인 비정규직 문제는 개선되기는커녕 역시나 간접고용 등 또 다른 편법과 차별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사실임이 확인됐다. 더구나 지불능력이 높다할 대기업일수록 더욱 많이 악용하고 있다. 결국 재벌 등 대기업들이 고용시장 악화에 앞장선 꼴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10명 중 7명 꼴, 현대중공업은 10명 중 6명, 삼성전자는 10명 중 2명, 현대자동차는 10명 중 1.5명 꼴로 심각한 간접고용 상태를 보여줬다.
이는 단지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양산시키고 있다. 간접고용이 가장 심한 조선업의 경우, 대부분의 산재 피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몫이다. 이로 인해 일상적인 차별과 고용불안 뿐만 아니라, 죽음마저도 차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이젠 옛말이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와 LG, SK 통신사들의 경우처럼 간접고용 노동자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며 장시간 노동에 거의 모든 기본권마저도 박탈당한 상태다. 이를 이용해 대기업들은 막대한 돈벌이를 하면서도 사용자로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법으로 강제할 방법도 없다. 이로 인해 사회갈등은 날로 점증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해달라며 목숨까지 끊는 노동열사의 사연은 분노를 자아낸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대책이 고작이다. 자율에 맡겨서 될 일이면 이 지경이 되지도 않았다. 물론, 고용형태 공시제 시행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비정규직 남용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조치일 뿐, 그 자체로 문제해결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 고용형태 공시제도 자체의 보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공시제가 중요한 의의를 가지려면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를 바로잡을 강제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불법파견을 금지하고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되며, 상시업무에는 정규직을 채용해야 한다는 점을 원칙적으로 인정한바 있다. 관련한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기업의 자율개선에 맡기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언제까지 노동자에게만 법과 원칙을 강요하고 기업은 자유와 자율로써 섬길 작정인가. 고용형태 공시 결과도, 노동부의 대책도, 분노스럽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2014. 7. 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