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600만 시민 서명과 세월호 가족의 눈물로 만들어낸 특별법 무력화 시도, 정부 시행령(안) 즉각 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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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이 어제 다시 청와대를 바라보며 길바닥에서 밤을 지새웠다. 가족들이 연행되고 부상자가 생겼다. 더욱 늘어난 경찰력만 아니라면 면담 약속을 지키라며 청와대로 향했던 2014년 5월 8일, 일 년 전 그날로 다시 돌아간 듯 했다. 아니 그 때보다 더 절망의 심연은 깊어지고 있다. 지금 600만 국민 서명과 세월호 가족들의 눈물로 만들어낸 세월호 특별법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금요일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은 세월호특별법과 특조위의 조사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의도를 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사권, 기소권이 빠진 세월호 특별법은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염원한 국민의 요구에는 한참 못 미치는 반쪽짜리 특별법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시행령이라는 권한을 남용해 앙상한 조사권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인가. 진상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버텨온 희생자 가족들을 절망과 분노로 몰아넣으면서 무엇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해수부의 시행령(안)은 정부가 조사한 후 특조위가 검증만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위원회 사무처 주요 직책에 고위급 공무원을 파견하여 실제로 위원회의 조사 내용과 체계까지 통제하도록 만들었다. 이 시행령이 그대로 제정된다면 진상규명은 거기서 멈출 것이다. 조사받아야할 자들이 직접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시행령(안)은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마련된 특별법 취지도 짓밟았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규제 완화, 생명·안전 업무의 외주화·비정규직화,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모순이 집약된 참사였다. 세월호 이후 침몰한 오룡호 실종자들도 여전히 차가운 바다 속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안전사회소위원회의 위상을 ‘과’로 격하시켜놓고, 소위원회를 사회 전반의 공공안전과 법제도 전반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이 아니라 오로지 해양사고 영역만 다루도록 좁혀버렸다.
한국 사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전후에도 대형 재난사고와 중대재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대책을 내놓겠다던 정부는 안전사회 건설의 기틀을 놓는 것과는 정반대의 일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안전산업발전방향’은 돈벌이용이다.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산업’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생명과 안전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이대로 시행령이 제정된다면 이러한 가치들은 다시 돈더미에 깔리고 만다.
박근혜 정부는 인양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전국에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 인양은 실종자 9명의 유골이도 가족의 품에 안기기 위해,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진상규명의 중요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꼭 이루어져야 한다. 진실을 인양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시행령 즉각 폐기를 외치며 어제부터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416시간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시민들과 함께 ‘시행령(안) 즉각 폐기,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제대로 된 위원회 출범’ 등을 요구하며 세월호를 인양하는 투쟁에 최대한 힘을 모을 것이다. 세월호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윤보다 생명을, 효율보다 안전을 지키는 총파업을 벌이는 것이 노동자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2015년 3월 3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