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메르스 사태가 말한다. 국회는 질병유급휴가제 도입하라
- 17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논의 결과 주시할 것 -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내일(17일) 질병유급휴가제 도입 문제를 다룬다고 한다. 2009년에도 신종플루 대유행 이후 정부에서 질병유급휴가제 논의가 있었지만, 논의에 그쳤다. 이후 2014년 4월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이 나서야 질병유급휴가제 법률이 발의됐고, 작년 11월 이미 국회 검토가 끝난 상황이다. 제도 도입을 지체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메르스가 확산일로인 지금이야 말로 하루빨리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문제야말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회에 시급한 처리를 촉구한다.
박근혜 정부는 ‘과도한 불안’이라며 여론을 호도하려 하지만, 노동자는 눈앞에서 ‘현실적 불안’를 체감 중이다. 6월 16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는 154명이고, 사망자 19명, 격리자 5,586명으로 하루가 다르게 감염이 늘고 있다. 확진자 중에는 업무 중 감염된 의사. 간호사, 간병인, 병원 보안요원 등 노동자가 다수다. 병원 외에도 보령 오천 LNG 터미널 건설현장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작업이 중단됐다. 삼성전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관련 부서직원 등 접촉 가능한 직원 전원이 자택격리 중이라고 한다. 이렇듯 현재 메르스로 인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노동자와 일하고 싶어도 휴업 조치로 일할 수 없는 노동자의 수 또한 더욱 확산 중이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전염병으로 병원 업무를 축소 또는 폐쇄하는 경우, 노동조합이 있는 일부 병원에서조차 별도 유급휴무 대신 연차휴가 사용을 강요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노동조합이 있어도 이러한데 삼성전자 등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은 메르스 공포에 더해 경제적 손실까지 감내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현행 법률에는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한 보상과 휴가를 산업재해보상보호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업무 이외 원인에 따른 부상과 질병에 대한 휴직에 대해선 아무 규정이 없다. 비록 일부 사업장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상병휴가가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이 무급이거나 기간이 짧아 실효성이 없다. 특히, 계약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상병휴가는 아예 남의 나라 얘기다. 이런 대책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바로 질병과 빈곤이 겹친 송파구 세모녀 자살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전부터 민주노총은 질병유급휴가제 도입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해왔다. 이미 유럽의 국가들과 일본, 중국, 싱가폴, 필리핀, 파키스탄, 라오스 등 전세계 145여개 국가가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공무원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 등 일반 시민에게 적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메르스 격리 노동자가 발생한 사업장에 질병유급휴가를 겨우 ‘권고’하는 노동부의 대처는 언 발에 오줌누기며,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발상이다.
국회가 바로잡아야 한다. 민주노총은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결과를 주시할 것이다. 국회도 ‘무급휴가’가 실효성이 없음을 인정했듯 반드시 유급휴가 시행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사업주의 부담을 핑계로 직무를 유기한다면 국민의 분노에 직면할 것이다. 또한 사업주의 부담은 오히려 질병 대처를 강화하는 예방효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회는 시급히 질병유급휴가제 도입하라!
2015. 6. 1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