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삼성재벌 경영권 세습 위한 국민연금 기금 동원, 강력 규탄한다!
- 국민연금 기금 운영의 민주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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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주총이 열린다. 주총을 일주일 앞둔 지난 7월 10일 국민연금공단은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하여 ‘찬성’ 입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국민연금이 삼성의 재벌3세 경영권 승계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내용과 절차 상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삼성재벌가의 3대 세습을 위한 꼼수일 뿐 어떤 합리적 경영상의 사유가 개입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미 많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 이번 합병은 삼성 재벌가 3세들의 지배권 승계·강화라는 사익을 위해 여러 계열회사들의 소유·지배 구조를 치밀하게 조종하려는 ‘계책’일 뿐이다. 그동안 삼성 재벌은 무노조경영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백혈병 등 업무상질병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바지’ 사장을 내세워 원청으로서의 사용자 책임을 회피했다. 이런 반노동자·반사회적인 재벌의 부당하고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것은 어떠한 사회적 합리성과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절차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기본적인 내부 절차조차 거치지 않는 변칙적인 결정이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서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하지 않고, 가입자 대표 등이 배제된 기금운용관련 내부 인사만 참여할 수 있는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방침을 결정한 것은 명백한 절차 위반이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은 합병안에 찬성 입장을 결정하고서도 찬성 사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찬성 입장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스스로도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입장이 곧 ‘먹튀’ 투기자본인 엘리엇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이번 엘리엇뿐만 아니라 지난 십수년간 소버린, 론스타, 타이거펀드, 칼 아이칸 등 외국계 투기자본들은 주식시장에서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천문학적인 시세차익을 남겼다. 바꾸어 말하면,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쌓아올린 부가 기업사냥꾼의 호주머니로 줄줄이 새 나간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이 이런 투기자본의 먹튀 행각을 찬성할리 만무하다.
마찬가지로 투기자본의 공격으로부터 국민경제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동원이 합리화되어서도 안 된다. 언론은 이번 사태를 국내 재벌과 외국계 투기자본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접근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엘리엇의 목적은 경영권 확보가 아니라 시세 차익이라는 점에서 경영권 방어란 사실 재벌 일가의 경영권 세습을 위한 핑계일 뿐이다.
또한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의 진실도 일면일 뿐인데,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0%에 달하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미 주식시장을 통한 국부유출은 심각한 상태다. 이는 IMF 이후 자본유치를 명목으로 투자를 전면 자유화한 탓이다. 게다가 엘리엇이 주주가치 침해를 이유로 투자자국가제소(ISD)를 할 가능성도 커졌는데, 이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결과다.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이 이런 식으로 주식시장에 동원되는 것은 기금 안정성의 측면에서나 민주적·사회적 책임의 측면에서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주식투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높은 위험성을 동반한다. 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노동자들의 사회보장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더욱 노출시키는 것이다. 또한 주주행동주의 또는 주주가치 극대화론과 결합한 연금의 주식투자의 확대는 기업의 단기적 이윤추구 경영을 강화한다. 노동자들의 사회보장을 위한 자금이 주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정리해고, 인력감축, 비용절감, 노동강도 강화를 요구하는 부메랑이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본래적 목적에 부합하도록 운용해야 한다. 연금기금 475조는 재벌가의 경영권 세습비용으로 지불되는 게 아니라, 청년실업·좋은 일자리 창출·공공복지부문 확대 등 사회적 투자에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이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길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 기금의 사회적 기능을 각성하고, 내일 열릴 주총에서 삼성물산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
2015. 7. 1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