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고용보험기금은 임금삭감 지원금이 아닌 취약 노동계층 위해 써야 한다
- 사용자에겐 눈 먼 돈, 노동자에겐 부메랑이 된 고용보험기금 -
정부가 최근 임금피크제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임금인상을 동결하고 또는 성과급 체계로 임금체계를 전환하는 기업에게 고용보험기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정부는 앞선 조치들과 함께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늘려야하고 그 늘어난 채용 건 당 비례해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기업들에게 임금삭감이나 임금체계 개악을 독려하기 위해 노동자가 조성한 사회적 기금을 지원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을 임금의 문제로 보는 정부의 발상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고용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며, 이에 따라 그 구조의 꼭대기에 군림하는 기업들은 지금껏 고용 없는 성장을 누려왔다. 따라서 문제의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과 의지 없음이 문제이고, 고용 없이 이윤만 늘리려는 자본의 습성이 근본 문제다. 따라서 고용증대 정책은 당연히 장시간노동체제처럼 고용 없는 성장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위해 기업들을 강제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은 자신들의 문제는 은폐한 채 고용과 임금을 대립시키는 방식으로 이래저래 노동자만 희생시키고, 자신들은 책임에서 빠져왔다. 그런 짓을 하다하다 이제는 노동자에게 해악을 미치게 될 임금삭감이나 임금체계 개악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자가 낸 고용보험기금까지 투입하겠다니 뻔뻔하기 그지없다. 이로써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낸 고용보험료가 자신을 공격하는 부메랑이 되는 꼴인데, 정부로선 아무런 부담도 지지 않은 채 정치선전의 효과를 누리고 고용확대의 모든 부담은 노동자부터 뜯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임금피크제 확대를 위해 고용보험기금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방안은 어차피 신규채용을 해야 하는 기업들에 의해 악용돼, 결국엔 추가적인 고용확대와는 상관없이 임금만 깎는 수단이자 눈 먼 돈으로 전락할 소지가 특히 다분하다. 즉 기업들은 시장여건에 따라 어차피 신규채용을 하는 김에 고용보험기금도 타 먹고, 장기근속자의 임금도 깎고 임금체계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악할 수 있다. 이로써 자본은 더 많은 값싼 노동력과 지원금 등 모든 걸 얻지만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안팎으로 뜯기게 된다.
고용보험기금은 실업의 예방 및 고용 촉진과 노동자의 직업능력 향상은 물론 실업급여를 제공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구직활동을 지원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 취지에 맞게 쓰고자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나아가 기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금 조성 당사자이자 그 혜택의 당사자인 노동자와 사용자가 운용의 당사자가 돼야 실질적인 고용증대를 위해 쓰여 질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금껏 노동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마치 정책자금 쌈짓돈이라도 되는 듯 고용보험기금을 써왔다. 이러한 잘못된 운영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엉뚱한 용처, 심지어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짓에 기금을 지원하는 황당한 일이 반복될 우려가 높다.
고용보험기금은 고용보험기금답게 써야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청년과 고령자 등 취약한 노동계층을 위해 쓰여 져야 한다.
2015. 7. 20.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