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농성 선언문>
노사정위 대야합 원천 무효! 제 2의 노동법 개악 반대 투쟁으로 나가자!
우리는 결코 2015년 9월 13일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자본가 정부임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국민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날입니다. 1%도 되지 않는 자본가들의 무한한 탐욕과 축적을 위해 2천만 노동자들의 존엄과 인간적 권리를 박탈하는 반사회적, 반헌법적 도발에 나선 날입니다.
우리는 결코 2015년 9월 13일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노동자·시민들이 반대하는 노사정위 야합이 일어난 날입니다. 어떤 권리도, 대표성도, 역사성도 위임받지 않은 한국노총 지도부를 들러리삼아 2천만 노동자들에 대한 ‘살인면허’, ‘노예각서’에 도장을 찍은 날입니다.
우리는 결코 2015년 9월 13일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날은 다시 모든 국민들의 가슴에 분노가 심어진 날입니다. 다시 96-97년 노동법 날치기 투쟁보다 더한 사회적 항쟁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각인한 날입니다. 다시 노동자·민중들이 나서서 제2의 6월 항쟁, 제2의 87년 노동자대투쟁처럼 끝도 없이 후퇴하고, 추락하는 이 ‘헬조선’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결의를 다진 날입니다. 모든 위정자들을 몰아내고 한국사회에 새로운 ‘윤리’를, 새로운 ‘주체’를, 새로운 ‘공동체’를, 새로운 ‘정치’를 세워야 한다는 각오들이 선 날입니다.
하여 우리는 2015년 9월 13일을 전혀 다른 날로 역사 속에 새길 것입니다.
2015년 9월 13일의 야합과 이후 계획되고 있는 노동법 개악 정국은 도리어, 한국사회 재벌들의 부조리한 체재를 바로잡기 위한 사회적 투쟁과 저항이 준비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문제는 ‘청년’이 아니라, ‘늙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일이 좀 더디거나 느린 ‘우리들의 이웃이나 동료, 선후배’들의 문제가 아니라, 710조원(30대 재벌 기준)에 이르는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는 재벌들의 문제임을 분명히 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불법 부정선거로 당선된, 어떤 정통성도 없는 ‘불법, 무능’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는 범사회적, 범국민적 항쟁이 시작된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계속되는 역사 왜곡, 공동체 윤리 파괴, 민주주의 근간에 대한 공격에 나서는 반사회적 무리들에 대한 거대한 사회적 정화가 시작된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 모든 노동자들은 ‘총파업’의 길로 나설 것입니다. 모든 국민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진정한 민중의 의사가 무엇인지 밝힐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부가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가 아닌 1%도 안 되는 자본가들의 정부였음이 밝혀질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독재자들을 끌어내렸던 변혁의 거리와 광장으로 모든 이가 나설 것입니다. 이 농성은 그 첫 시작입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는 모든 노동자·민중들과 함께 이번 야합과 정부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2015년 9월 17일
노사정위 야합 무효! 노동자 살리는 비상시국농성단 일동
자본에게는 채찍을 노동자에게는 굴종을!
노사정 야합에 분노한다
9월 13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합의는 정부가 주장해왔던 청년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할 뿐더러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장시간 노동의 개선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고 기업들의 탐욕만을 채워주는 합의이며, 노동자의 일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빼앗고, 지옥같은 노동을 유지하는 합의일 뿐이다.
‘일반해고’라는 이름의 일상적인 해고
이번 노사정합의에서 크게 쟁점이 된 부분은 ‘일반해고와 관련된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번 노사정합의에서는 ‘근로계약의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는 문구를 넣어 정부와 기업이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는 했지만 그 협의는 일종의 절차일 뿐 안전장치가 될 수 없다. 이미 고용노동부가 일반해고에 대한 용역보고서를 통해서 밝힌 바와 같이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저성과자라고 낙인이 찍혀 해고된 노동자들은 소송에서도 불리한 결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판례를 통해서 해고가 가능한 사례들을 축적하고 이것을 이후 법으로 강제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이번 노사정합의에서는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에 합의함으로써 이후 기업들이 채용과 인사평가, 임금과 승진, 배치전환, 해고 등 전반적인 근로계약에 대하여 법을 개악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일상적인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출발하였지만, 이후 근로계약 전반에 대한 개악을 통해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성과’에 따라 인사평가를 하고 배치전환도 하고 승진도 시킬 수 있게 되면, 모든 부분에서 노동자의 집단성은 붕괴되고, 기업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의 지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빙자한 직무성과급제 전면 도입
이번 노사정합의에서는 ‘임금피크제 및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한다’고 표현했다. 정부는 이 합의로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할 명분을 얻게 되었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직무와 성과를 결정하도록 하는 직무․성과급제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개별로 관리하여 집단성을 해체하고 기업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결정하게 하는 구조이다. 이번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를 빙자하여 이제는 임금체계를 보다 쉽게 개편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이번 합의에서는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단체협약은 노사간 합의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기업의 인사경영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제는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위해 단체협약에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인정된 경우 취업규칙을 일방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기업이 일방적으로 직무의 위계를 결정하고, 성과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유일한 보호막인 취업규칙을 일방이 변경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말로는 ‘취약노동자들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보호 장치를 해체하는 합의이다.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비정규직법 개악
노사정위원회 합의문에는 “기간제․파견근로자 등의 고용안정 및 규제 합리화를 위해서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서 공동 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진행하며,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의결 시 반영토록 한다”고 되어있다. 이 때의 ‘규제 합리화’란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허용업종을 고령자에 한해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할 필요가 없어지고, 파견허용업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중간착취도 자유롭게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의결 시 반영토록 한다’는 문구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 내용을 법안으로 만들 때 국회 안에서 야당의 반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이다. 노사정위원회가 그 합의의 주체인데, 이미 정부가 만들어놓은 가이드라인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원청의 책임 인정’이나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은 아예 논의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어놓았다. 정부의 주도대로 일방적인 입법절차를 밟겠다는 의미이다. 말로는 청년노동자들과 비정규직을 위한 합의라고 하지만 비정규직 양산의 제동장치들을 하나씩 풀고, 기업들이 자유롭게 비정규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들일 뿐이다.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장시간 노동을 유지
이번 노사정합의는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노사정합의문에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시점부터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되”라고 되어 있다. 그동안 주 40시간을 기본노동시간으로 하고 12시간에 한해 연장근로를 허용해왔는데,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려 사실상 60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해왔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이번에 분명하게 명시한다고 하면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서 주 52시간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놓고는 이번 합의에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여 더 많은 노동을 시킬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청년일자리를 만들려면 노동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노사정합의는 청년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무산시킨 것이다.
여기에 더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대법원 판결보다 축소하고, 제외금품을 시행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초과노동에 대한 할증률을 결정하는 통상임금을 좁게 규정해서, 초과노동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노동시간을 줄일 생각이 없다. 여러 사람을 채용하는 것보다 한 사람을 장시간노동하게 하는 비용이 더 적기 때문이다. 말로는 청년일자리를 이야기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추구하는 것은 노동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말만 앞세운 청년고용 대책과 상생협력
이번 노사정합의에서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임금의 집단성을 파괴하며,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해고하고,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래놓고 말로는 ‘청년고용 대책’을 앞세우고,‘상생협력’이니 ‘동반성장’이니 하는 문구들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말만 있을 뿐 실효는 하나도 없는 대책들이다. 청년고용 확대는 모두 ‘노력’한다는 것이다. 기업에게 신규채용에 대한 어떤 의무도 부과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업이 당연히 뽑아야 할 신입사원을 채용할 경우 각종 지원과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마찬가지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나 동반성장을 언급하지만 원청대기업에게는 어떤 책임도 부과하지 않고 ‘노사정이 부담 분담’이라는 식으로 원청대기업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 대책’도 이전 대책의 반복일 뿐이다. 게다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동반성장이라고 하면서 내놓는 대책은 부품업체들과의 동반성장이 아니라, 사내하청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하는 정책이다. 사내하청은 협력업체가 아니라 원청대기업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할 비정규직이다. 그런데 ‘동반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사내하청을 합법화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과 교육훈련, 노동조건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살고자 한다면 나서야 한다
이번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는 민주노총이 그 논의에 들어가기를 거부한 상태로, 정부가 한국노총을 압박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정부 일방으로 임금삭감과 비정규직 양산, 자유로운 해고를 시도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눈가림으로 ‘합의’의 외형을 취하고 이후 법개악 과정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일 뿐이다. 따라서 노사정‘합의’라고 부를 수 없으며 어떤 노동자도 이런 합의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합의’는 지금도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노동조합을 깨거나, 비정규직을 확대하여 노동자들이 숨죽이도록 만들거나, 자본편향적인 고용노동부와 언론, 경찰과 검찰의 행태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최후 보루마저 무너뜨리려는, 완전한 기업중심의 노동시장 재편 과정이다.
지금까지 노동시장이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노동자들은 한 해 70만명이 길거리로 쫓겨났고, 실질임금은 0%대 성장에 머물렀으며, 가계부채 1,100조원을 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1,000만명이 넘는 상황이 되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고 미래의 희망도 잃었다. 언제까지 이런 폭력을 감내할 것인가. 모든 노동자들이 삶의 희망을 잃고 죽음의 노동을 반복하는 일을 언제까지 침묵으로 유지할 것인가. 살고자 한다면, 적어도 노동의 권리가 이토록 짓밟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당장은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대한 반대로부터 출발하지만, 그 이후는 기업의 전횡을 제어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
공동대표 권영국 구교현 김민수 박석운 한상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