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체불임금 달라는 노동자 범죄인 취급에 테이저건 쏜 경찰, 묵과할 일 아니다
경찰이 9천만 원이 넘는 임금체불에 2억이 넘는 퇴직금을 떼인 노동자들을 도와주진 못할망정 사장을 찾아간 노동자들을 전자총(테이저건)까지 쏴가며 연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몇몇 경찰의 과잉행위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에 대한 공권력의 무관심 혹은 맹목적 적대감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제도나 공권력은 약자들의 권리보호에 무기력하거나 무관심하다. 이것도 좋게 한 말이다. 그러니 강자들은 법을 악용해 약자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일에 통달했고, 하루 벌이가 급한 노동자들은 시위 등 항의의 형태로 자신들의 권리구제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공권력은 약자들의 권리를 적극 보호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턱대고 노동자들의 항의를 범죄시하기 일쑤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자들은 경북대병원의 주차관리 하청업체에서 비인간적 대우를 참아가며 10년을 일했다. 하지만 돌아 온 것은 해고와 임금체불이었다. 사장은 병원에 퇴직금을 모두 지급했다는 허위보고까지 한 상태였고,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날엔 노동자들 앞에서 도주해 연락마저 끊은 상태였다. 사장이 집에 있다고 파악된 지난 22일 노동자들은 대놓고 떼먹을 심산인 사장의 집으로 찾아가 항의했다.
사장은 경찰을 불러 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노동자들은 그저 조용히 사장의 답변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노동자들을 범죄인 취급하며 채증을 시작했고, 억울한 노동자들이 경찰의 난데없는 범인 취급에 항의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자 경찰은 주거침입, 공무집행방해, 불법집회 운운하며 수차례 테이저건을 쏘고 여성도 팔을 꺾고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그래놓곤 또 다음날인 23일에도 경찰은 체불사장의 도주를 도와주기도 했으며, 사장의 행방은 또 오리무중이다.
경찰의 편파적이고 과잉대응 상황이 명백해 보인다. 고압전류를 사용하는 테이저건은 경우에 따라선 살상과 실명이 따르는 위험한 무기다. 때문에 경찰의 사용지침에도 임산부나 노약자,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시비 소란자 등에게는 사용하지 않도록 돼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건 관할 대구 중부경찰서는 오히려 노동자들을 추가조사 하겠다며 겁박하고 있으니, 억울함이 더한다. 게다가 대구지방경찰청은 이미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테이저건 과잉사용을 지적받은 전력도 있다.
오늘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인권•종교단체 등이 항의 기자회견을 연다. 자체에 경찰은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개선에 나서야 한다. 우선 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 일선 경찰에 대한 인권과 직무교육을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 조치도 해야 한다. 또한 테이저건 사용 경찰관에 대한 징계를 통해 조직 내 경고신호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 그러나 한국 경찰은 올해 또 시위진압 장비 예산을 늘린다고 한다. 약자에게 등을 돌리는 경찰, 민생치안엔 무능하고 집회와 시위는 무지막지한 장비로 진압할 범죄이자 소음으로 여기는 경찰, 그러니 10월 21일 경찰의 날에 노동자들은 축하를 전할 수가 없다.
2015. 10. 2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