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통령 박근혜의 시정연설, 재앙을 향한 의지와 거짓말의 되새김질
오늘 대통령 박근혜의 국회 시정연설은 기대할 바가 없었던 것처럼, 비전이 아닌 자화자찬, 희망이 아닌 절망, 진실이 아닌 거짓을 확인시켜주는 장광설이었다. 시정연설을 반긴 이들도 재벌이거나 극우 반동세력이 유일할 것이며, 대통령 박근혜 스스로도 “기업들을 중심으로 희망의 틀을 만들고 있다”고 고백했다.
현재 이 나라는 정부의 역사쿠데타 도발로 반쪽이 났으며, 쉬운 해고,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획책하는 노동쿠데타, 노동재앙에 직면해있다. 청년 등 미래세대의 희망은 이러한 역사 왜곡과 노동개악을 위해 악용되었듯, 이번 시정연설 역시도 어떠한 실질적 희망도 보여주지 못했다.
기업은 정책설계의 중심축으로 칭송된 반면, 노동빈곤과 경기침체에 고통 받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노동자 서민들은 시정연설에서 단 한 번도 희망의 주체로 호명되지 않았다. 노동소득을 늘려 내수를 진작시키고 일자리 창출로 나아가야할 책임을 내팽개친 박근혜 정부다. 그러니 어제오늘 일이 아닌 내수부진과 서민경제 위기의 책임을 엉뚱하게 메르스 사태 탓으로 돌린다. 세월호 문제로 경제가 어렵다는 떠넘기기를 연상시키는 무책임하고도 황당한 진단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박근혜는 여러 내외 경제지표가 나아진다고 생색냈지만, 국민소득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양극화 문제에는 눈을 감았다. 그러곤 노동개악 연내 실현을 주문하며 공공부문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를 쥐어짜겠다는 의지만 거듭 밝힐 뿐이다. 그 일환으로 공공부문에서 강요되는 임금피크제도 결국은 재정절감을 위한 임금삭감 방안임이 시정연설에서도 드러났다.
또한 그는 알량한 실업급여 증액을 자랑하지만 이 역시 새누리당이 수급자격 축소 방안을 내놓음으로써 국민의 뒤통수를 치고 있으니 정권의 기만성을 상징할 뿐이다. 또한 실업급여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아 ‘청년배당’ 및 ‘실업부조제도’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데도, 정부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청년 등 심각한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단기적이고 표피적인 직업소개와 직업훈련 확대에 불과하고, 대통령은 뜬구름 잡는 창조경제만 되새김질 하고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 역시 정부와 기업들이 비정규직만 확산시킬 뿐 좋은 일자리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 문제, 즉 ‘갈만한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임에도 하나마나한 정규직 전환 지원책을 자랑한다.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시키고 해고도 쉽게 하도록 하며, 파견제는 더욱 늘리는 등 구조적으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으면서 몇 푼 월급지원으로 정규직 전환이 촉진된다는 자랑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런 기본조차 외면하는 대통령이 무슨 자격으로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국회에 요구한단 말인가. 역사와 이념, 시민의 생각을 획일화하는데 목숨 건 정권이 문화융성을 거론하는 것도 가당찮다.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국정파트너로 존중하긴커녕 윽박지르고 하대하는 대통령이 정부와 국회의 “견제와 균형, 건강한 긴장”을 거론하는 것도 적반하장이다.
적반하장의 극치는 국정교과서 발언이다. 온 나라를 역사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은 게 누군데, 여론이 불리하자 이제 와서 “정쟁” 운운하는 것은 너무도 뻔뻔하다. 고용절벽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인식과 소통의 절벽도 문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집과 편협함. 왜곡된 역사인식과 황당한 적대감으로 점철된 대통령과 그 수하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안 봐도 빤한 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집필되지 않았으니 문제될 것 없다는 주장이 왜 말장난에 불과한지 우매한 대통령과 여당만 모른단 말인가.
2015. 10. 2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