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일반해고제 왜 노동개악인가? 두산을 보라, “해고가 미래다”
내년부터 정년제가 시행된다며 보수언론의 임금피크제 홍보가 다시 한창이다. 더불어 노동개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에도 여념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역설적이다. 재계 순위 12위라는 두산그룹이 정년제 시행을 앞두고 마구잡이 구조조정 해고에 나섰다. 성과를 핑계로 노동자 다수를 대기발령자로 지목해 학대하며 퇴사를 협박하고 있다. 심지어 희망퇴직 대상엔 20대 신입사원도 포함돼 있다니 이젠 사오정 한탄으로도 부족할 판이다.
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며 마구잡이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는 살풍경은 내년엔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정년제가 시행된다지만 그림의 떡이다. 고용안정은 멀고 명예퇴직, 희망퇴직 구조조정은 가깝다. 말이 좋아 명예고 희망이지 사실상 정리해고나 다름없다. 이러한 강제퇴직 풍토를 막을 제도적 장치도 없다. 정리해고는 ‘경영상 긴박한 사유’라는 쓸모없는 규제라도 있지만 명퇴와 희망퇴직은 그야말로 자유롭다.
해고는 살인이다. 현실에선 노동자 학살이 차고 넘치는데 박근혜 정권은 행정지침을 통해 소위 저성과자 일반해고제 도입을 강행 발표하려고 한다. 다시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례를 보자. 두산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어 생산직 22명을 대기발령을 시켰다. 수천만 원을 들여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노동자를 감시했다. 매일 5장의 반성문 쓰기를 강요하고 화장실 자주 간다며 경고장을 날리고, 교육시킨다며 핸드폰도 압수하며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던가 무급휴직을 선택하라고 협박했다. 이런 괴롭힘을 당하는 대기발령자의 선정기준은 이렇다. △그룹정책에 융화되지 못한 자 △역량평가 하등급자 △몸이 아픈 자 등이다. 객관성 따위는 없다. 회사가 그렇다고 평가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런 선정기준이 제도화 돼 쉬운 해고기준으로 활용되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해고제다. 사용자가 압도적 우위에 선 한국사회에선 법도 아니고 행정지침 발표만으로도 충분하다. 제도가 도입되면 학대하느라 컨설팅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다. 그래서 쉬운 해고다. 목표는 또 있다. 일반해고제는 노조원을 탄압하는 무기로도 사용된다. 두산이 대기발령시킨 학대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은 전현직 노조간부다.
“사람이 미래”라는 두산의 기업광고는 기만적이다. 두산에겐 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던가, ‘해고가 미래’라는 자신의 속내를 감추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노동개악이 관철된다면 모든 노동자의 미래가 해고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조금만 현실을 들여다봐도 빤한 사실을 정부는 언제까지 왜곡하며 노동개악을 강요할 것인가. 해서는 안 될 일을 밀어붙이려니 국회의장 직권상정 협박이나 국가비상사태 선포라는 무지막지한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이성을 잃었다.
2015.. 12. 1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