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행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노동개악 입법 중단하고, 상시·지속업무 정규직고용 원칙 입법화하라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의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비정규직에 대한 2단계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그에 따라 2017년까지 추가로 1만 5천여 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지만, 근원적인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정책설계의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다.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정규직을 고용하도록 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하지만,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효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관행”이 아니라, 강력한 정책의지와 이를 규율할 “제도”다. 그러나 정부에겐 비정규직을 가시적으로 줄여나가려는 제도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오히려 노동개악 입법(비정규직 기간제한 연장, 파견비정규직 대폭 허용 등)을 국회에 강요하며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려는 본심을 이미 드러냈다.
정부가 올해부터 새롭게 일정 목표비율 내에서 기간제 사용을 관리한다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해결 의지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을 ‘관행’이 아니라 ‘제도’로 강제한다면 목표관리제는 애초 불필요했을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러니 정부가 자랑하는 무기계약직 전환 실적도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부엔 와 닿지 않는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규모가 30만 명이 넘고 기간제만 20만 명이 넘는 현실을 보건데, 1만5천여 명 무기계약직 전환은 전혀 자랑할 일이 아니다. 물론 정부가 설명하듯 일부 기관에선 무기계약직 전환 제외자도 전환대상에 추가시켰다거나, 신규업무에 기간제를 우선 채용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은 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전환 제외자 추가전환은 의지에 따른 제도의 결과가 아니라 일부 기관의 특수한 사례에 불과할 뿐, 정부는 기간제 전환 예외대상(18가지)을 줄이려는 제도개선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그 결과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은 상시업무임에도 예외대상인 까닭에 4년 이상을 일하고도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문제가 최근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신규업무에 기간제부터 채용하는 불합리한 관행의 개선도, 문제인식만 있을 뿐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사실상 그 의지가 의심된다.
정부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정규직 전환이라고 프레임화 한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은 임금 등의 차별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무기한 차별직군에 불과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은 이번 2단계 계획에서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문제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직군분리 차체가 낳은 결과인데, 차별에 대한 자율진단과 근로감독만으론 실효적이고 선제적 대응을 할 순 없다. 문제해결은 ‘온전한 정규직’ 전환이 답이지만, 지금도 정부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정규직 전환이라고 과장한다. 또한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악용되는 파견·용역 등의 간접고용에 대한 정부 대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은 가장 심각한 문제다. 역시 2단계 계획에서도 정부는 “합리적 운영방안을 검토”하며, 용역노동자 보호에 대한 “자발적 준수를 유도”한다고 할 뿐, 실직적인 간접고용 축소방안은 외면했다. 결국 직접고용 기간제 일부 축소로 생색은 내고, 한편으론 간접고용을 늘려도 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식이니 공공부문의 성과(?)가 민간부문까지 확산되리라는 정부의 선전은 기만이고 공허하다. 거듭 못 박지만 문제는 관행이 아니라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을 안착시킬 제도며, 무기계약직 차별을 없앨 제도이자 간접고용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제도다. 이러한 제도와 더불어 공공부문에서 뒷받침돼야 할 대책은 정원과 예산통제, 경영평가 제도의 개선이다. 왜냐하면 중앙정부 예산지침 상 정원을 초과하거나 기준인건비를 초과하면 경영평가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정규직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적 요인에 대한 총체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실효성이 의심되는 표면적인 대책만 자랑하고 있으며, 오히려 비정규직 확산을 위한 노동개악 악법까지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노동개악을 중단하고,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위한 제도부터 마련하라.
2016. 2. 1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공공기관 전체 비정규직 및 각 기관 비정규직 규모 변화 추이
▢ 공공기관 전체 비정규직 규모 변화 추이
연도 | 합계 | 기간제 | 간접고용 |
2012 | 360,255 | 249,614 | 110,641 |
2013 | 351,982 | 239,841 | 111,940 |
2014 | 331,792 | 217,902 | 113,890 |
- 기간제 비정규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긴 했으나, 간접고용 규모는 오히려 매년 증가하고 있음. 기간제 비정규직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일부 무기계약 전환이 있는 점이기도 하나, 다른 하나는 외주화 등을 통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기 때문.
▢ 각 기관 비정규직 규모 변화 추이
중앙행정기관 | |||
연도 | 합계 | 기간제 | 간접고용 |
2012년 | 25,970 | 20,074 | 5,896 |
2013년 | 25,970 | 19,038 | 6,731 |
2014년 | 22,367 | 14,688 | 7,679 |
자치단체 | |||
연도 | 합계 | 기간제 | 간접고용 |
2012년 | 60,769 | 49,349 | 11,420 |
2013년 | 64,615 | 53,340 | 11,275 |
2014년 | 57,687 | 47,175 | 10,512 |
공공기관 | |||
연도 | 합계 | 기간제 | 간접고용 |
2012년 | 110,350 | 46,971 | 63,379 |
2013년 | 112,546 | 47,793 | 64,753 |
2014년 | 109,213 | 43,887 | 65,326 |
지방공기업 | |||
연도 | 합계 | 기간제 | 간접고용 |
2012년 | 17,751 | 7,924 | 9,827 |
2013년 | 16,103 | 8,653 | 7,450 |
2014년 | 15,543 | 8,764 | 6,779 |
교육기관 | |||
연도 | 합계 | 기간제 | 간접고용 |
2012년 | 145,415 | 125,296 | 20,119 |
2013년 | 132,748 | 111,017 | 21,731 |
2014년 | 126,982 | 103,388 | 23,594 |
지방공기업의 경우 기간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경우 2012년 대비 2013년 기간제 규모가 늘어났음. 정부가 제시한 자료는 위 5개 부문을 모두 합산한 것만을 내놓은 뒤에, 기간제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얘기하고 있으나, 각 부문별로 파고들어가 보면 일관된 추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음. 위 간접고용 규모에 대해서도 일절 얘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자신에게 불리한 수치는 숨긴 채, 유리한 수치만 사용하며 국민과 비정규직의 눈을 호도하고 있음.
※ 수치 출처 :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시스템 홈페이지 중 정부가 공시한 ‘비정규직 현황’
http://public.moel.go.kr/new2014/userhome/org_2014_01.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