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미 문 닫힌 노사정위, 경거망동 말라
: 최저임금 발목 잡는 4.20. 노사정위 근로기준 제도개선 토론회 유감
노사정위원회가 오늘(4.20.) <근로기준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제도)를 개최하고, 사용자 입맛에 맞춘 주장만 변함없이 늘어놓았다고 한다. 지난해 노동개악 국면에서 사실상 문을 닫은 노사정위가 최저임금 국면을 틈타 다시 관 뚜껑을 열고나올 심신안가보다.
노사정위는 이날 토론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식대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또 근로장려세제 등 애초 취지가 완전히 다른 사회복지제도로 최저임금제를 보완하겠다는 얘기도 꺼내들었다. 둘 다 사용자의 오랜 숙원이자, 지난 4월10일 노동부 발표의 반복이다. 겉으로는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는 척 하면서, 복지제도 끌어오고 산입범위 장난쳐서 사용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 마디로 조삼모사,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최저임금 결정시 보건복지부에서 설정한 ‘상대적 빈곤선’(중위소득 50%)을 기준으로 삼자는 제안도 한심하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16년의 경우 1인가구 82만원, 2인가구 139만원, 3인가구 179만원, 4인가구 220만원이다. 이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출하고 있는 각 가구별 생계비와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가구생계비의 기준이 될 수 없다. 하필이면 최저임금위원회 생계비전문위원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시작될 시기에, 하필이면 가구생계비를 고려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을, 하필이면 뜬금없는 노사정위가 오지랖 넓게 끼어드는 것도 이유를 알 수 없다. 스스로 사용자의 홍위병임을 자처하는 것인가.
노동시간 관련 입장도 문제점이 부지기수다. 노사정위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특례제도(근로기준법 제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와 적용제외제도(근로기준법 제63조 근로시간 휴게·휴일에 관한 ‘적용의 제외’)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특례제도를 축소하겠다는 노사정위 방안은 대상 업종의 통폐합을 통해 현 제도를 유지, 존속하겠다는 정부·여당의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적용제외제도 개선 방안 역시 농업 등 1차 산업 중 일부에 한해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기타 광범위한 제외 대상, 대표적으로 감시·단속적 노동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적용제외제도를 또 다른 독소조항인 근로시간특례 내지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으로 전환하자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장시간 노동의 중요한 원인인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제도와 근로시간 및 휴게·휴일에 관한 적용 제외제도는 지금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과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지난 1월19일 ‘노사정 파탄시 응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스스로 확언했다. 이어 정부가 1월25일 2대 불법지침을 발표하고, 한국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하며 노사정 야합은 파탄났지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자리를 부여잡고 있다. 명색이 장관급인 노사정위원장이 이렇듯 일구이언 표리부동을 일삼아서야 영이 서겠는가. 이러니 노동자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는 것 아닌가.
김대환 위원장은 박근혜 노동개악 미화를 위해 치욕스런 자리를 유지하기보다는, 스스로 뱉은 말에 책임지는 것이 옳다. 노사정위는 자신의 존재감 회복을 위해 저임금 노동자를 희생 삼지 말고, 어서 문을 닫아야 한다.
2016.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