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미FTA 효과에 대한 노동부 설명에 대해
- 반대 여론을 뒤집으려는 노동장 기대효과와 묻지마 고용증대설의 기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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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는 관세철폐와 무역촉진을 위한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다. 한미FTA의 본질은 바로 양국 경제체제의 전면 통합이다. 이로써 미국은 자신들의 패권이 약화되는 추세인 기존의 다자간 세계무역체제를 뛰어넘어 새롭게 미국 중심의 경제패권 지역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FTA로 이식될 미국식 자본자유체제와 노사관계는 곧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실패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게다가 1% 대 99% 사회라는 극심한 양극화는 미국경제의 실상을 말해준다. 또한 미국은 서구선진국 가운데 해고가 가장 자유로운 노동유연화의 천국이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법에 앞서 투자자(초국적자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한미FTA를 통해 그대로 우리나라에도 강요될 것이며, 경쟁이데올로기를 통해 독이 스미듯 확장될 것이다. 이 근본적인 한미FTA의 성격은 덮어두고 기만적인 노동장 효과와 묻지마 고용증대설을 주장한 노동부의 오늘 설명은 한미FTA 비준 날치기 통과를 정부 차원에서 기정사실화 하려는 밀어붙이기식 꼼수에 불과하다.
한미FTA는 실질적인 노동권 개선이나 양국 노동기준을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혁하는 조치 등에는 관심이 없다. 민주노총은 한미FTA에 따른 국제노동기준 이행 효과가 기만에 불과한 것이며, 노동자 보호가 목적이 아닌 자본의 경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뚜렷한 한계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일례로 다른 모든 장(Chapter)들은 철저히 자본에 유리한 규칙인 반면, 소위 노동권 보호 조항들은 단 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직 양국 간 무역․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만 의무 위반으로 본다는 점에서, 한미 FTA가 누구의 이익을 반영한 것인지는 쉽게 드러난다.
한편, 만에 하나 한미FTA가 노동기본권 향상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이려면, ILO의 핵심협약 비준은 물론이고 ILO가 한미 양국에 권고한 내용에 대한 이행계획과 준수의무 등이 명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오늘 노동부의 발표에서는 “관련 ILO협약의 비준과 이행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님”이라며 노동장의 기만적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ILO는 공무원노조의 노동3권, 건설노동자들의 원청에 대한 단체교섭권을 인정할 것, 노조의 단체행동권에 대해 ‘업무방해죄’ 적용이 남용되고 있음을 권고한 바 있지만 한국정부는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 특히, ILO의 결사의 자유 핵심조항인 87호와 98호는 한미 양국이 아직도 비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한미FTA 노동장의 효과가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잘 알 수 있다.
기만적이기는 한미FTA에 따른 고용효과도 마찬가지다. 극소수 재벌의 수출이 늘어난들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시대가 달라진다는 구체적인 근거나 전망은 전혀 없다. 또 국내 투자가 확대된들 최근 투자흐름을 보자면 금융관련 투기성 투자와 인수합병이 주를 이룰 것이 뻔하고, 이는 곧 고도의 노동유연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초래할 뿐이다. 게다가 이제는 단순한 고용수치의 증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고용인지가 중요하다. 즉, 고용의 질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미FTA는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며, ‘실업이냐 저임금 비정규직이냐’라는 빈곤한 선택을 더욱 만연시킬 것이다. 기술이전, 현지생산품 사용의무, 고용승계, 단협승계 내국인 일정비율 고용의무를 금지한 한미FTA의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은 이를 뒷받침하는 일례이다. 결국, 극단적인 고용불안은 곧 노사관계에서 자본의 일방적 우위를 강화할 것이며, 불리한 조건에서 노동기본권은 더욱 후퇴될 위기에 놓여 있다.
자본경쟁의 희생양인 노동자 민중에게 한미FTA는 재앙이다. 노동조합이라면 눈 뜬 채 재앙의 날치기 비준을 지켜볼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이자 권리이다. 노동부 또한 진정 노동기본권 증대에 관심이 있다면 ILO의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권고를 이행할 일이지, 한미FTA로 노동권이 존중받고 증진된다는 거짓 선전으로 한미FTA 반대여론을 전환시키려는 수작에 앞장설 때가 아니다.
2011.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