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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법률원 / 금속노조 법률원 /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공동 시국선언] 그들이 유령을 불렀다

작성일 2016.11.04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3020

[민주노총 법률원 / 금속노조 법률원 /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공동 시국선언]


그들이 유령을 불렀다

- 문제는 유령 최순실이 아니라, 유령을 소환한 대통령과 정부, 재벌이다 -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최순실’이라는 유령이. 대통령과 정부, 재벌, 검찰과 경찰, 언론이 신성동맹을 맺고 우리들의 눈과 귀를 가려 유령을 불렀다. 3년 동안 우리를 통치했던 유령은 지난 10월 정체를 드러냈다. 유령은 감옥에 가겠지만 신성동맹은 화장만 지우고 계속 버티겠다고 한다. 유령만 잡아가고 신성동맹은 건들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유령 뒤에 숨은 그 신성동맹을 고발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령을 소환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대의제를 채택했다. 2,000만 유권자가 직접·비밀·보통·무기명투표로 대통령에게 5년간 권력을 위임했다. 그러나 우리를 통치한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그가 부른 유령이었다. 대통령은 유령이 만든 옷을 입고, 유령이 써준 연설문을 읽었다. 유령이 감수한 자료로 내치를 했고, 유령이 써준 각본대로 외교를 했다. 자신을 뽑아준 국민은 외면하고 유령과만 소통했다. 그렇게 공화국은 붕괴되고, 민주주의는 실종되었다.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력은 고스란히 유령에게 상납되었고, 우리들은 지난 3년 동안 뽑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유령의 통치를 받았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했고, 그렇게 우리의 공화국과 민주주의는 폐허가 되었다. 


정부가 유령을 소환했다.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청와대 경제수석과 행정관, 문체부 차관이 유령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프라자 호텔로, 청담동 호텔로 분주히 뛰어 다녔다. 그들이 맡은 경제, 문화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창조경제는 단 하나도 창조하지 못한 채 해운업, 중공업, 골목 상권까지 말아먹었다. 아니 유일하게 창조한 것이 있다.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와 끝도 모를 부동산 값 상승이다. 가계부채 시한폭탄은 째깍거리며 우리들 목을 옥죄고 있다. 신성동맹에 대들었던 문화인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그 자리는 유령의 친구들이 차지했다. 창의성과 자발성, 독창성은 사라지고, 돈과 이권에 쉰내 나는 싸구려 상품이 넘실댔다. 


재벌이 유령을 소환했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만 그들이 공범이라는 진실은 요동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그들은 유령에게 800억 원을 주었다. 8만 원이 아니라 800억 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 재벌은 남는 장사를 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회삿돈 460억 원을 횡령했지만 2015년 8월 사면되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252억 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115억 원을 횡령했지만 2016년 8월 사면되었다. 삼성그룹 3대 세습은 쥐도 새도 모르게 이뤄졌고, 세금은 제대로 냈는지 그 누구도 모른다. 재벌의 용역을 수주해 정부는 ‘노동개혁’도 밀어 붙였다. 파견근로자 비율이 압도적 1위임에도(2012년 OECD 국가 중 1등 대한민국 8.9%, 2등 슬로베니아 5.3%), 파견을 더욱 확대하자고 했다. 압도적 1위를 넘어 파견 천국, 재벌 천국, 노동자 지옥을 만들겠다고 광분했다. 철도·의료 등 공공서비스를 재벌에게 헐값으로 넘기려 했고, 공공성을 지키겠다는 노동자는 귀족노조, 불법집단으로 매도했다. 그렇게 재벌은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경찰과 검찰이 유령을 소환했다. 유령과 신성동맹에 맞서 노동자, 농민, 빈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그러나 경찰은 신성동맹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차벽을 둘러쌌고, 저항하는 이들은 체포했다. 경찰의 직사살수에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였던 백남기 농민은 지난 9월 25일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사체마저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고인의 유족들은 날밤을 새며 고인을 지켜야만 했다.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 시간 검찰은 유령과 신성동맹에 저항한 이들을 처벌하기 바빴다. 집시법위반, 일반교통방해죄는 그들이 휘두른 전가의 보도였다. 그 사이 유령과 그 일당들은 유유히 활보하며 대한민국의 곶감을 빼먹었다. 정체가 드러난 후에도 호텔에서 여유 있게 대책회의를 하고 돈을 빼돌렸다. 그렇게 그들은 유령을 은폐하고, 보호했다. 


언론이 유령을 소환했다. 유령의 정체를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들은 말하지 않았다.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뉴스를 차지한 건 동물이었다. ‘대왕오징어, 공룡, 수사견, 대형가오리, 배스, 고라니, 멧돼지, 메뚜기, 야생황소’, 이상이 공영방송 메인뉴스를 채운 주인공들이었다. 뉴스가 동물의 왕국이 된 사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원인은 실종되고, 경제파탄의 진실과 실상은 숨겨졌다. 유령과 신성동맹에 저항한 기자, PD들은 해고되고, 마이크를 빼앗겼다. 그렇게 언론은 국민의 워치독(watch dog)이 아니라, 유령의 가드독(Guard dog)이 되었다. 진실 앞에 슬리핑독(sleeping dog)이 되었다. 


유령은 잡혔지만 신성동맹은 해체되지 않았다. 허수아비 내각을 세우고 참모진을 교체해서 화장을 바꾸고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유령만 잡고 동맹은 손대지 말라고 한다. 이들은 여전히 우리를 속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우리들이 깨있지 않으면, 모이지 않으면, 외치지 않으면 또다른 유령이 우리를 통치하고, 우리를 갉아먹을 것이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지난 3년처럼 유령과 신성동맹이 만든 우물 안에 갇혀 있을지, 우물을 빠져나와 광장에서 공화국과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당신을 보고 싶다. 따뜻한 안방이 아니라 초겨울 추운 아스팔트 광장에서 당신과 만나고 싶다. 그리고 함께 외치며 다짐하고 싶다. 유령을 쫓아내자고, 그리고 유령을 부른 너희도 끝내 쫓아내겠다고 말이다. 


2016.   11.   4.


민주노총 법률원 / 금속노조 법률원 /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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