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
앞서가신 발자국 따라 민중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서슬 퍼런 유신독재의 폭압에 맞서 펄펄 끓는 청춘을 두려움 없이 던지셨지요.
미친 군홧발이 고요한 안방까지 짓밟는 유신잔당 세력의 장례를 치루고
짧디 짧았던 서울의 봄, 4천 대군을 이끌고 한강다리를 건너셨다지요.
민주를 학살한 신군부 정권에 옥고를 치루고 고향 보성으로 내려가셨다 들었습니다.
그냥 고향이었겠습니까.
되찾아 와야 할 민주주의, 기어이 만들어야 할 민중의 세상을 품으셨겠지요.
그렇게 35년, 화려한 말 앞세우지 않으셨다 들었습니다.
대동세상 위해 땅을 일구는 농부의 삶으로 큰 걸음 걸어 오셨다고도 들었습니다.
2015년 11월 14일 이른 아침, ‘내일보세’ 한마디 남기시고 서울로 오셨지요.
쌀값 폭락에 대한 분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맞서 싸웠던 유신독재가 다시 부활한 역사의 반동에 기가 막히셨을 겁니다.
박근혜는 들어라. 민중의 절규를 들어라. 농민의 울분을 들어라.
권력의 차벽을 끌어내자. 저 불의한 권력을 끌어내리자. 모두의 울분이었고 절규였습니다.
저녁 7시 10분, 주저 없이 차벽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오셨습니다. 맨손이었습니다.
쏟아지는 물 대포 막아 줄 비닐 우의 하나 걸치지 않으셨더군요.
차벽 앞 최전방 4미터, 밀을 키우던 농부의 손으로 밧줄을 잡으셨습니다.
그 자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였습니다. 마땅히 제가 있어야 할 자리였습니다.
살인 물대포가 조준 가격하고 쫓아가며 저격하던 영상을 보았습니다,
불과 500미터 거리에 불과한 세종로에서 차벽에 막혀 바로 달려가지 못한 한이 끝내 사무칩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올라 온 서울 길이 끝내 다시 돌아가지 못할 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분합니다.
밤마다 담벼락 넘어 오십니다.
때론 우렁차고 때론 조곤조곤 하시는 말씀, 듣고 또 듣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어르신 육성을 듣고 싶어 미치겠습니다.
민중의 세상을 열어 젖혀야 한다. 태산 같은 호통소리 듣고 싶습니다.
신명나는 꽹과리 소리도 듣고 싶습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 목 놓아 부르고도 싶습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감옥 문 나가 곡차 한잔 올리겠단 약속 끝내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 정권의 만행을 아직 책임도 묻지 못했고 처벌도 하지 못했는데
어찌 그 먼 길 보내드려야 할지 황망하기만 합니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싸움,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결심합니다.
이 악 다물고 가슴에 분노를 꾹꾹 눌러 보내드립니다.
살인정권의 책임을 어찌 물었는지 보고 드리겠다고 한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박근혜정권 퇴진으로 그 책임을 반드시 묻겠습니다.
다시 민중총궐기입니다.
민중세상 대동세상을 만들겠다고 하신 큰 뜻, 그 발자국을 저희들이 이어 걸어가겠습니다.
고단했지만 고귀했던 70년생, 단 한순간도 시대의 부름에 비켜 서 있지 않으셨던 삶
이제 역사와 민중에게 돌려주시고 5.18 민중항쟁 영령들 곁에서 평안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