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택근 수석부위원장, 17차 ILO 아태지역 총회 기조 연설
“생존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들이기는커녕 오히려 벼랑끝으로, 감옥으로 내몰고 있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탄압 강력 규탄
□ 윤택근 수석 부위원장이 17차 ILO 아태지역 총회에서 ‘업무개시 명령’ 발동을 비롯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을 ‘국제노동기준 위반’으로 강력하게 규탄했다.
□ 아태·아랍지역 각국 노사정 대표가 참석하는 17차 ILO 아태지역 총회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하고 복원력있는 인간중심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12월 6일~9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은 한국 노동자 대표 자격으로 6일 오후 본회의에서 기조연설에 나섰다.
□ 윤택근 수석은 “정부는 이제 막 한국에서 발효된 ILO 협약 87호, 98호, 29호를 종이조각으로 만들어버렸”고 “법치와 자유를 말하는 정부는 법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있으며 “정부의 안전운임제의 확대·지속 합의 불이행에 항의하여 파업에 나선 화물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보인 태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규탄했다.
□ 또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을 소개하며 “ILO 기본협약 비준국으로서 의무를 다하라는 당연한 요구에 국회가 논의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음을 언급하며 국회앞 단식투쟁을 소개했다. 이어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하고 회복탄력성 있는 복원은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완전한 보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 국제노동기준의 수립과 적용 및 감시감독 시스템을 ILO의 활동의 중심에 놓겠다는 사무총장의 입장을 지지하며 모든 노동자가 아무런 위협과 두려움 없이 노동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붙임자료 : 민주노총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기조연설 전문
의장님, 아태·아랍지역 각국 노사정 대표 여러분
2016년 16차 ILO 아태지역총회가 포용성장, 사회정의, 양질의 일자리를 촉진하기 위한 행동을 강화하기로 한 <발리 선언>을 채택한 지 6년 만에 다시 모였습니다. 그 뒤로 2019년 <노동의 미래를 위한 100주년 선언>, 2021년 <코로나 19로부터 인간 중심 회복을 위한 글로벌 행동 호소>등 ILO 회원국 정부와 노·사 단체는 국제적인 약속과 다짐을 거듭해 왔습니다. 디지털화·기후변화·인구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겠다고 했습니다, 위기와 충격으로부터 포용성, 지속가능성, 회복탄력성을 동반한 회복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6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불평등은 전례없는 수준으로 확대되었고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전 세계 실질임금이 감소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민중들의 삶을 파괴할 뿐 아니라 에너지· 식량 위기, 물가 폭등 등으로 전 세계 노동자 민중이 그 충격을 함께 겪고 있습니다.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지체되는 가운데 기후 위기는 가장 취약한 집단을 우선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ILO 회원국 정부와 노사단체의 약속이 더욱 시급하게 실행되어야 함을 역설합니다. 질베르 응보 신임 사무총장의 공약이었던 <새로운 사회 계약>이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약속을 국내에서 전혀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아태지역의 현실은 더욱 심각합니다. 사회적 대화를 토대로 노동자들이 노동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참여하기는커녕 미얀마, 홍콩, 필리핀, 캄보디아 등 많은 나라에서 노동기본권이 통째로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전면 억압하며 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저를 비롯한 민주노총 간부들을 구속시키던 정부는 이제 막 한국에서 발효된 ILO 협약 87호, 98호, 29호를 종이조각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법치와 자유를 말하는 정부는 법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안전운임제의 확대·지속 합의 불이행에 항의하여 파업에 나선 화물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보인 태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정부는 화물 노동자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며 공정거래법을 이용하여 조사에 나서는가 하면 강제 노동에 해당하는 ‘업무개시 명령’으로 파업권을 부정했습니다. 며칠 전 ILO의 긴급개입에 대해서는 ‘의견 조회’에 불과하다며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더니 유가보조금 지금 중단, 면허 취소, 형사처벌로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생존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들이기는커녕 오히려 벼랑끝으로, 감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화물연대 파업이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전쟁으로 대하는 반노동 입장을 노골화 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의 노동기본권 억압이 아태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한국 상황에 대한 특별한 주목을 요청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민주노총은 광범위한 시민사회와 함께 노조법을 비준된 87호 98호 협약에 맞게 개정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계약 관계나 고용상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자신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도록 노조법 2조 상의 ‘사용자’, ‘노동자’ 정의를 확대하는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합법적인 파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손배 가압류로 생계를 위협당하지 않도록 노조법 3조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ILO 기본협약 비준국으로서 의무를 다하라는 당연한 요구에 국회가 논의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노동조합 간부들이 국회 앞에서 단식투쟁에 나선 이유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하고 회복탄력성 있는 복원은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완전한 보장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런 점에서 국제노동기준의 수립과 적용 및 감시감독 시스템을 ILO의 활동의 중심에 놓겠다는 사무총장의 입장을 지지하며 모든 노동자가 아무런 위협과 두려움 없이 노동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앞장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