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2023년 104주년 3.1절. 서울 한복판에서 대통령 입을 통해 울려 퍼진 식민사관.

듣는 우리의 귀가 잘못된 것인지 몇 번을 다시 확인했다. 일본 총리의 입에서나 나올 발언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 식민지배에 맞서 국권의 회복과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한 선조의 저항과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치를 이렇게 폄훼할 수 있는가?

말은 말하는 사람의 철학을 반영한다. 일제의 침략을 부정하고 식민지배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위한 ‘식민사관’의 주장과 어제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온 3.1절 기념사가 무엇이 다른가? 대통령 본인이 준비된 연설문 초안에 빨간펜을 잡고 직접 수정한 기념사라고 하니 이쯤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관과 미래관이 무엇인지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일본군 성노예, 강제 징용 등 과거 역사에 대한 평가와 가해자인 일본의 인정과 사과 이에 대한 배상을 포함한 정죄, 청산 없이 과연 대통령의 말대로 ‘미래를 위한 파트너’로 일본이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즉각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관가와 언론에서 나온 환영 일색의 논평과 입장을 보면 이번 기념사는 미국과 일본의 입맛에 맞는 목적의식적인 선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미-일동맹의 하위파트너로 한-일동맹을 구축하고 한-미-일 3각 동맹의 완성을 통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유지라는 미국의 전략에 들어가겠다는 노골적 선언이다.

안보위기를 거론했다. 강대강의 심각한 대결국면으로 치닫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이 최선이고 무엇이 본질적 해결인지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아봐야 한다. 마침 대다수의 국민과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만든 기념사가 낭독되는 즈음에 미국 의회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법안이 발의됐다는 점이 시사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념사에서 8번이나 언급된 ‘자유’. 기념사 속 그 ‘자유’가 힘과 지위를 무제한으로 누리며 타인의 ‘자유’를 빼앗고 억압할 수 있는 자유라면... 그 자유로 인해 피해자가 회복할 수 없는 상처와 고통에서 아파하고 있다면... 이것을 정당화하는 ‘자유’라면... 

민주노총은 이따위 자유를 단호히 거부한다.

2023년 3월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