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하반기 경제정책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
윤석열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로드맵에는 길이 없고 정책방향엔 정책이 없다. 제시된 정책은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 정책들이다. 민생안정이 정책 방향의 최우선이라지만 정작 민생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부자감세에 따른 천문학적 세수 펑크로 국고가 바닥난 상황에서 이 세수 결손을 메우고 민생 정책의 재원을 마련할 방법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이 개살구는 빛깔마저 좋지 않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으로 “취약부문 중심의 민생안정과 경기 회복세 확산을 위한 정책 대응 강화”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민생안정을 위한 정책 제안은 이뤄지지 않는다. 정책 방향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는 소상공인 지원 대책에서부터 이런 한계는 명확히 드러난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경영 악화 원인으로 고금리, 임대료, 에너지비용 등을 제시하면서도 내놓은 대책이라곤 ‘배달료를 인하’해서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류의 헛다리 짚기뿐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를 통한 이윤 착취, 배달료 등 비용 떠넘기기 등을 규제하거나 코로나 19 사태를 경유하며 쌓인 막대한 부채를 조정하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동경제 로드맵’에선 대기업의 영업규제를 재검토하겠다는 식의 ‘대기업 이윤 몰아주기’에 집중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생계비를 경감하고 지원하겠다는 정책도 내용은 없이 말만 번지르르하다. 정부는 수입식품 관세를 완화해 식료품 가격을 낮추겠다거나 농수산물 온라인 시장 거래를 활성화 하겠다, 결혼 관련 서비스 가격을 조사해 공개하겠다는 식의 지엽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정작 물가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는다. 서민 생활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공요금과 주거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꾹 닫고 있다. 의료와 돌봄 등 가계 지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회 서비스 비용 상승은 공적 영역을 민간으로 떠넘기면서 발생한다.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면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기는커녕 앞뒤없이 유례없는 규모의 의대정원 확충을 강행해서 의료 공백사태 장기화 시키는 것 역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얼마나 맥락 없이 결정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주거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 과열로 주택가격을 비롯한 주거비가 급등하고 전세사기 피해가 증가하는 와중에 이를 해결할 대책은 전혀 내놓지 않고 오히려 부동산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에 역동경제 로드맵이 제시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은 기업형 임대사업자들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한편 세입자들에게 높은 임대료와 비용을 전가시키는 구조다. 서민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는 주거의 문제를 해결은커녕 악화시키는 정책이다.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현재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경제정책은 이런 지엽적이고 엉뚱한 정책이 아니라 서민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되고 경제공동체의 지속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이어야 한다. 우선 부자감세와 재벌 봐주기로 축난 국고를 채워야 한다. 법인세 인하, 금투세 폐지, 상속세 축소 등 부자감세로 거덜난 국고를 채워 민생 회복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방법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에너지와 의료 돌봄 등 공적 서비스를 국가 책임화 하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고 나이들면 돌봐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거대 플랫폼의 전횡을 제어하고 대기업의 시장 잠식, 갑질 행태를 규제하는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소상공인의 경영회복의 첫걸음이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고 임대료와 주거비용의 과잉을 해소하는 것이 서민 경제 회복의 시작이다.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이 정당하게 일한 대가를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노동존중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 가장 역동적인 경제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역동적으로 일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모든 노동자의 생동하는 삶이 ‘역동경제’의 로드맵이어야 한다.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식의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은 즉시 폐기돼야 한다. 이는 경제를 회복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서민경제를 더욱 파탄내고 대한민국의 경제 침체를 가속화 할 ‘역행경제 로드맵’에 가깝다. 윤석열 정부가 현재의 맥락없는 경제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노동자·서민 중심,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심, 확장재정을 바탕으로 한 복지중심의 경제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길 촉구한다.
2024년 7월 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