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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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1일(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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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제 10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 모두발언>
안녕하십니까.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미선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 시한을 넘겨 늦어지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조금이라도 생활이 나아질 수 있길 고대하는 많은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서 죄송하단 말씀을 우선 전합니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노동자뿐 아니라 최저임금을 입금의 기준으로 삼는 수많은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여성, 청년, 고령 노동자들의 단 한 번뿐인 임금협상 기회입니다. 이 소중한 임금협상을 통해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내일의 희망을 고대하고 있을 분들에게 최저임금위원회가 희망보단 실망과 우려를 안겨드리고 있음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지난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위원들은 최저임금 동결을 제시했습니다. 물가가 하늘 높이 치솟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출이자가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에너지 비용이 오르고, 교육비가 오르고, 주거비가 오르고, 그야말로 월급 빼고 모든 것이 다 오르는 시대에 최저임금만은 올리지 말자고 하셨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죽으라고 하셨습니다.
위원장의 수정안 제출 요구에 사용자 위원들은 이번엔 10원 인상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조롱입니다.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노동자-국민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든, 최저임금위원회를 지켜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절망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조롱입니다. 사용자 위원들이 이렇게 ‘어깃장’을 놓으며 회의를 방해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아도 ‘너희가 어쩔 것이냐?’라며 모든 국민을 조롱한 것입니다.
사용자 위원들께 묻겠습니다. 정말 지금의 최저임금을 동결해도 저임금 노동자들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10 원만 올려도 국민이 내일의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최저임금법이 이야기하는 생활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임금수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사용자 위원들은 모든 노동자-국민을 조롱하며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상을 기만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를 방해하고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형해화 하는 사용자 위원들의 행태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합니다.
사용자 단체인 경총은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을 현재의 비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가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행 결정 기준인 비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도 혼자 벌어 가구를 먹여 살리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데 오히려 그보다 더 현실을 퇴행시키자는 주장입니다. 최저임금 제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합니다. 즉 임금 상승을 통해 저임금과 불안정한 생활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적어도 ‘표준’의 생활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라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영원히 저임금 노동자로만 살아가는 굴레에 가두겠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은 사실상 최저임금위원이 최저임금법을 정면으로 어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 위원들은 한결같이 ‘지불능력’을 최저임금을 올릴 수 없다는 근거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어디에도 지불능력이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사용자 위원들의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방패 삼아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영난을 부추기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지만, 실은 사용자 위원들도 최저임금이 아니라 높은 임대료,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터무니 없는 수수료, 물가 폭등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 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여 사용자 위원들께 다시 묻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지 못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빠듯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영원한 고통을 강요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2년 연속 실질임금이 하락한 노동자들에게 3년째 임금을 깎는다고 강요해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 달 내내 뼈 빠지게 일해도 세금 떼면 200만 원도 가져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더 낮은 임금으로 살아가라고 말해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용자 위원들과 공익 위원들께 부탁드립니다. 수많은 노동자-국민들이 최저임금위원회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실망과 우려를 안겨드렸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더는 지체돼선 안 됩니다. 사용자 위원들께 부탁드립니다. 10원 인상 같은 우롱으로 회의의 발전적 진행을 가로막지 말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속히 결정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 수많은 노동자-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최저임금위원들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논의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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