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국인으로 살았지만 유령이었던
강태완 이주노동자를 추모하며
한국어밖에 할 줄 모르는 몽골 청년, 서른두 살 강태완(TAIVAN 타이왕)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1992년 몽골에서 태어난 고 강태완 씨는 만 6세부터 한국에서 생활했고, 올해 대학 졸업 후 지역특화형 비자를 받기 위해 특장차 업체‘HR E&I’에서 일했다. 강 씨는 지난 8일 공장 작업장에서 10톤 상당 무인 건설장비 장비를 이동하던 중 무인 건설장비와 고소작업차량 장비 사이에 끼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한국에서 청년이 된 강 씨는 몽골로 자진 출국해 한국 대학 입학을 준비했다. 유학생 비자, 지역특화형 사증, ‘지정된 인구감소 지역에서 5년 이상 거주’를 위해, 경기도 군포에서 전북 김제로 취업했다. 한국 사회가 요구한 자격을 얻고, 한국 사회가 바라는 지역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하지만 산재 공화국은 26년간 유령으로 살며 꿈꿔왔던 노력조차 짓밟았다.
강 씨 어머니는 아들에게“우리가 한국에서 살려면 화나는 일이 있어도 무조건 참아야 한다”며 숨죽여 살라고 가르쳤다 한다.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 사는 방법이기에, 2만여 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그렇게 차별과 배제에서 익숙해져야 했다. 언제까지 미등록 이주민은 단속추방, 기본권 박탈, 차별과 배제의 야만에 숨죽여야 하는가. 그 물음에 우리는 대답해야 한다.
유족에게 보여준 CCTV는 사고 순간에 끊겨있었고 경찰과 회사의 사고 당시에 대한 설명도 다르다. 드러날수록 의혹 투성이다. 도대체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인지, 노동청은 진상규명을 위해 ‘HR E&I’를 특별근로감독 할 것을 촉구한다.
미등록 이주민도 인간답게 보통의 삶을 살아갈 권리를 확보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도 미래를 꿈 꾸며 살아갈 권리없이 통계조차 불명확한 2만여 명의 미등록 이주 아동, 40만여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함께 연대 할 때다.
2024.11.1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