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무력화되고 있는 공공기관 안전관리지침이 김충현 노동자를 죽였다
6년 전 김용균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태안 서부발전 현장에서 1분에 780번 날이 돌아가는 기계에 몸이 말려 김충현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공공기관인 발전소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2차 하청에 사장은 9년 사이 8번 바뀌었다, 기계 십여 개 기계를 혼자 담당하고 있었지만. 발전소 폐쇄를 이유로 인력은 점점 더 줄어갔다. 위험의 외주화 다단계 하청구조가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퇴근은 늘 마지막에 하면서도 틈틈이 자격증도 계속 따며 일하던 10년 차 숙련공 노동자 김충현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 곁에 있었다면,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비용 절감을 빌미로 안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죽음의 외주화가 더 이상 계속되지 않았다면,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이어갔을 하청 노동자 김충현은 고인이 되었다. 민주노총은 더 할 수 없는 분노와 참담한 심정으로 유족들께 고개 숙여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큰 충격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계실 동료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지원이 진행되고 신속한 쾌유를 기원한다.
6년 전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의 도급금지, 도급 승인이 법제화됐지만, 발전소 현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 되었다. 이후 국가인권위의 도급금지 범위 확대 권고도 완전히 무시했다.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이 도입되고, 2인 1조 작업을 준수하도록 했지만 협소한 대상에다 실제 적용도 무너져 왔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안전 항목의 배점을 4점에서 2점으로 절반으로 깎았고, 2점 중에 산업재해 분야는 0.5점에 불과해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 전체가 무력화됐다.
구의역 김 군부터 김용균의 죽음까지 온 사회가 절절히 요구한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2인 1조 작업을 정부가 무력화하는 사이, 서부발전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업을 쪼개고 쪼개 말단의 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2019년부터 2024년 7월까지 발전 5개사에서 사망한 5명 모두 하청 노동자 였고, 부상자 232명 중 193명(83%)이 하청노동자였다. 불안정 고용에 더해, 안전과 생명 위협의 벼랑 끝에 서 있는 현실이 지속됐다.
게다가 하청 비정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원청 경영책임자 처벌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제대로 수사, 기소, 처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온갖 정치 사안에 대해 동원되지만, 중대재해 처벌에 늑장 수사 ․ 기소 ․ 법정형 보다 낮은 구형으로 일관하며, 대기업 ․ 공공기관 중대재해는 진행되는 재판조차 찾기 어려운 지경이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SPC 그룹 삼립공장의 사망사고에 대해 노동자 시민들이“피 묻은 빵을 먹을 수 없다”공분하는데도, 법원은 2번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있어야 이 죽음을 멈춰 세울 것인가.
민주노총은 죽고 또 죽는 노동자 죽음을 방조하고 있는 검찰과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 정권이 여러 번 바뀌어도 계속되는 노동자 죽음을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태안 서부발전 중대재해에 대한 노동부 조사, 중대재해 수사에 노동자,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고,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라
- 위험의 외주화 금지, 2인 1조 작업 법제화, 공공기관 안전관리 대책을 전면 검토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
- 중대재해처벌법을 엄정 집행하고 서부발전 경영 책임자를 강력 처벌하라.
민주노총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 2인 1조 등 적정한 인력기준 제도화로 일하다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5.6.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