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손배·가압류가 불러온 비극
노조법 개정으로 끝내야 한다
경영계의 노조 혐오적 공세
경제계는 연일 “경제 망치는 노조법 개정 반대”, “강성노조의 불법행위가 빈번해질 것”이라며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또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더라도 쟁의 대상에서 ‘사업경영상 결정’은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며, “산업 구조조정은 물론 해외 투자까지 마비돼 기업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사업경영상 결정”을 쟁의 대상에서 빼자는 것은 곧 노동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문제에 대해 노동자는 침묵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이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경시하고, 노동조합을 혐오하는 노골적 주장이다.
손배·가압류가 불러온 죽음과 가족의 비극
우리는 22년 전 배달호 열사와 김주익 열사를 가슴에 묻으며 노조법 개정 투쟁을 시작했다.
두산중공업은 2001년 한국중공업에서 민영화되면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해고를 강행했고, 배달호 열사는 2003년 1월 9일 창원공장 노동자광장에서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절규했다. 회사는 노동조합에 6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조합원 임금 53억 원을 가압류했다. 다음 날은 월급날이었지만, 그가 손에 쥘 수 있었던 돈은 고작 2만5천 원뿐이었다.
같은 해, 한진중공업은 구조조정과 대규모 정리해고를 밀어붙였다. 10월 17일, 부산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주익 열사가 생을 던져 저항했다. 회사는 파업 조합원 180명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며 150억 원대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을 협박했고, 김주익 열사를 비롯한 노조 간부 7명의 집까지 가압류했다. 그는 크레인 위에서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남겼다.
“아이들에게 힐리스(바퀴 달린 신발)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조차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노동자 생존권 박탈, 노조 파괴 위한 경영계의 발악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투쟁에 회사는 손배·가압류라는 이름의 제도적 폭력으로 짓밟아 왔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코레일, KEC,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CJ대한통운, 유성기업, 이랜드·뉴코아, 보쉬전장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삶이 무너졌다. 이것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제도가 만든 참사다. 손배·가압류는 곧 노동자의 생존권 경시이자 노조 혐오의 상징이었다.
노조법 개정이 ‘경제를 망친다’는 경제계의 주장은 근거 없는 공포 조장이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발악일 뿐이다. 경영상 결정을 쟁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해서 해외투자가 막히거나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노사 협의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갈등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국제적 상식이다.
ILO 협약은 해고·구조조정 등 고용 문제를 단체교섭과 쟁의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며, 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국은 이미 구조조정 과정에서 협의·쟁의권을 보장하고 있다. 결국 “사업경영상 결정”을 쟁의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은 해고·외주화·공장폐쇄를 기업 마음대로 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는 노동자가 생존권이 걸린 문제에서조차 목소리를 낼 권리를 빼앗는 반헌법적 주장이다.
더 늦출 수 없는 개정,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
우리는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 앞선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점철된 20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던지며 남긴 절규는 지금 우리에게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법 개정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민주주의의 기초를 지키는 일이다. 기업이 마음대로 해고·외주화·공장폐쇄를 강행할 수 있도록 방치하는 사회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 노조법 개정은 노동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패이고, 한국 사회가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희생된 열사들의 뜻을 이어받고, 모든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다.
2025.8.20.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