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트럼프에게 자금을 퍼줄 것이 아니라,
한국 노동자와 기업을 지켜야 한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은 미국의 강한 압박 속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춰주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이 합의를 수용하지 않으면 다시 25% 관세를 감수해야 한다”라며 압박했고, 이에 한국 정부는 무역대표단과 장관들을 잇따라 워싱턴에 파견했다. 그러나 투자 구조·외환 안정 장치·수익 배분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이번 합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딘 베이커 선임경제학자는 9월 11일자 기고 글에서 “일본과 한국은 돈을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자국의 수출업자들에게 줘야 한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선택을 비판했다.
그는 "한국이 관세를 25%로 올리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0.7%인 125억달러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베이커는 “한국이 3,500달러라는 거액을 미국에 내어줄 것이 아니라, 3,500억 달러의 5%(175억 달러)만으로도 국내 수출기업과 노동자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고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트럼프의 불확실성에 끌려다닐 필요도 없어진다"면서 현재의 협상은 “정말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미국에 거액을 투자하는 방식은 관세 부담을 단기간 줄여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 불안과 국민 세금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같은 재정을 국내 투자, 기술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 대책에 투입한다면 관세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경제 체력을 강화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미국에 ‘현금 보따리’를 내어주는 합의는 당장의 정치적 성과는 있을지 몰라도, 노동자와 국민에게는 미래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굴종적 합의가 아니라, 한국 노동자와 기업을 지켜내는 산업정책이다. 결국 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한국의 자금을 트럼프가 아니라 한국의 노동자와 수출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도 한국 사회가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길이다.
2025.9.1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