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고용노동부는 여성고용정책과 폐지말고 확대・강화하여 성평등노동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라
이재명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확대 개편하면서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바꾸고, 고용노동부로부터 여성노동정책 일부 업무를 이관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성인지감수성에 기반한 여성노동정책을 함께 이원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어제 고용노동부의 여성고용정책과 폐지가 보도되었다. 여성고용정책과는 고용노동부 내에서 성평등노동정책을 책임지는 부서이다. 본 보도에 우리는 경악할 수밖에 없다. 성평등가족부는 고용노동부가 가진 행정집행 권한이 없는 부처이다. 성평등가족부로 일부 업무 이관을 이유로 고용노동부는 성평등노동정책 책임부처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놓아버리겠다는 것이다.
그간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실 여성정책과가 담당하던 정책 영역은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지원, 저출산에 대응한 고용대책의 수립 관련 제도 개선 및 기본계획 수립・점검 △근로자의 모성보호 및 육아 지원 정책 수립, 제도개선 △직장 내 성희롱·차별 예방,명예고용평등 감독관 제도 운영 등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계획 수립 및 시행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및 고용촉진, 직업능력개발 관련 업무, 경제활동 촉진 법령 개정 및 계획 수립·추진 사업 이었다. 이 중 성평등가족부로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AA)’, ‘새일센터 집단상담 프로그램’, ‘고용 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을 이관한다. 육아휴직과 모성보호는 고용문화개선정책과로 이관하고 나머지 업무들은 또다시 여기저기 부서로 쪼개기 이관이 예상된다.
정부의 성평등노동정책 기획과 수립, 집행은 고용노동부의 역할과 책임이며 그 안에서도 여성고용정책과의 업무이다. 이 작은 부서가 사실상 대한민국 천만 넘는 여성노동자들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였다. 본 단체들은 그간 정부에 성평등노동정책의 장기 로드맵 수립과 이에 따른 세부기획과 집행을 요구해 왔다. 한편 여성고용정책과가 이러한 정책기획이 아닌 행정업무에만 매달려온 것에 끊임없이 문제제기해왔다. 이명박 정부 이후 사라진 각 지청의 고용평등과 부활도 함께 요구해 온 바 있다. 하지만 현 정부도 역시 성평등노동정책을 단순히 몇 개의 행정 업무로만 사고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대한민국에는 천만명이 넘는 여성노동자가 있고, 이들은 일터에서의 성차별과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다. OECD 1위의 성별임금격차는 그 심각성을 오래전부터 지목한 상징적 지표였다. 정부는 늘 여성을 노동자라는 정체성보다 '엄마'라는 정체성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모든 정부가 모성권 관련한 정책만을 끊임없이 강화해 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가 현재 그토록 중요시 여기는 산업안전 영역에서 그 모든 기준이 남성이라는 사실 역시도 아무도 지목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의 다른 일, 다른 신체,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일터 환경, 맞지 않는 작업 도구를 노동부가 인지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차관급으로 격상되었다 한들 이런 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신설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열악하고 차별받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차관급의 성평등노동정책본부가 필요하지만 들리는 것은 기존 부서의 폐지 소식뿐이다.
성평등가족부를 아무리 강화한다 한들 근로감독 등의 모든 행정집행 권한은 고용노동부가 쥐고 있다. 결국 성평등가족부가 고용노동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2023년 여성노동자는 처음으로 천만명을 넘어섰고, 지속적으로 확대추세에 있다. 하지만 코로나19팬데믹과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여성고용의 질은 더욱 악화되었다. 성평등노동정책의 확대・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여성들이 광장을 통해 외쳤던 요구는 성평등이었고, 성평등 정의가 국정운영 곳곳에 반영되는 것이었다. 여성들은 OECD에서 경제・고용 영역에서 최하위 영역을 차지하는 한국여성의 지위를 바꾸기 위해 고용과정의 성평등을 무엇보다 우선하여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 그 기대는 처참한 실망과 좌절로 바뀌고 있다. 여성고용정책과의 폐지는 고용노동부에서 여성과 성평등을 지울 것이고,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성평등을 국정 운영의 가치로’ 라는 구호는 거짓 공언으로 전락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여성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여성고용정책과의 폐지가 아닌 확대・강화 계획을 수립하라!
2025.9.30.
여성노동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