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자의 권리와 정의를 회복하는 사법개혁, 지금이 그 때다
현재 국회에서는 대법관 정원을 대폭 증원하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재판소원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 개혁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개혁안은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사법 행정의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민주노총은 이 개혁의 성공적인 추진이 과거 사법 농단으로 무너진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임을 강조한다.
민주노총은 사법 개혁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한다. 특히 노동 관련 사건에서 전문성 부재와 지나친 재판 지연으로 인해 노동자의 생존권이 파괴되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이번 개혁은 보수적인 판례로 고착화된 사법 시스템을 개혁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노동사건의 장기화와 불공정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사법개혁은 절실하다. 노동사건은 해고·산재·임금체불 등 생존이 걸린 사안임에도, 재판이 지나치게 지연되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사건은 판결까지 13년, 기아자동차 사내사청 사건은 소송제기 12년에 대법원 심리만 6년, 쌍용자동차 노동자 손해배상 소송은 1심부터 대법원 파기환송까지 13년,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통보로부터 무려 7년, 이마트 노조파괴 사건은 7년이나 걸렸다. 이러한 장기 소송은 노동자에게 ‘시간의 폭력’으로 작용한다. 재벌과 대기업은 자금력으로 시간을 버티지만, 노동자는 생계를 잃고 투쟁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으로 판결의 편향성과 폐쇄성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동안 법원은 노동자보다 자본의 논리에 가까운 판결을 반복해 왔다. 불법파견·노조탄압·산재인정 사건에서 기업에 유리한 판결이 누적되었고, 노동자·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정치적 재판이 이어졌다. 택배노조·건설노조의 평화적 집회가 ‘업무방해죄’로 기소되고, 화물연대 파업 사건 등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법원의 영장 남발이 반복됐으며, 노조 지도부가 잇따라 구속됐다. 이후 항소심·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노동자들은 이미 구속과 해고, 가정파탄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민주노총은 다음과 같은 방향의 사법개혁을 촉구한다.
- 노동전담부 및 노동전문 판사 확대해야 한다. 대법관 증원과 함께 노동법 전문 법관, 노동현장 이해도가 높은 판사를 적극 배치해야 하며, 노동사건 전문성을 제도화하기 위해 ‘노동법원’ 설치를 포함한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
- 재판의 신속성과 접근성 보장이 절실하다. 장기 재판으로 인한 생존권 침해를 막기 위해 사건별 기한제 도입, 전자소송 지원, 공익·집단소송 절차 개선과 법원공무원 역할 강화,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
- 사법의 투명성과 국민 통제 강화가 필수다. 1·2심 판결문 공개를 통해 판결의 일관성과 신뢰를 확보하고, 법관 평가제 강화로 사법권력의 내부 폐쇄성을 해소해야 한다.
- 정치권력·검찰권으로부터의 독립 보장이 뒷받침되야 한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법관 추천위원회 다양화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민주적 사법제도를 위한 첫걸음이다.
사법개혁은 노동자에게 헌법 제33조의 실질적 이행, 즉 노동 3권을 지키는 길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를 위해서는, “노동의 권리를 인정하는 사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노동사건의 전문성·신속성·공정성을 보장하는 사법개혁을 지지하며, 그 개혁이 권력의 사법에서 노동자 시민의 사법으로 나아가는 출발이 되길 바란다.
2025.10.2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