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한미 관세협상
재벌의 4조 이익 위해 500조 퍼줄 수 없다
최근 언론과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어 미국의 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될 경우 현대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합계 약 4조 원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정부는 이를 ‘국가 경쟁력 강화’와 ‘통상 성과’로 포장하려 하지만, 그 대가로 한국은 3,500억 달러, 약 500조 원에 이르는 대미투자를 약속해야 한다. 결국 이번 협상은 재벌에게는 4조 원의 이익을, 국민에게는 500조 원의 부담을 떠넘기는 불평등한 거래다. 관세 인하의 실질적 수혜자는 재벌이며, 이 협상은 미국의 산업정책에 한국 경제를 종속시키는 IMF 구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1997년 IMF 구제금융 당시, 외환유출과 부채위기 속에 정부는 IMF의 조건에 따라 노동시장 유연화와 대기업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는 노동자 1,500여 명을 정리해고했고, 부품·하청업체의 연쇄 폐업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지금의 관세협상은 그때와 구조가 똑같다.
IMF 때는 차관을 조건으로 시장을 열었고, 이번에는 투자를 조건으로 산업을 내주는 꼴이다. 500조 원의 해외투자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약 4,100억 달러)의 85%에 해당한다. 이 엄청난 돈이 미국으로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나라에 달러가 부족해져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환율이 폭등하며, 원화가치는 떨어지면서, 내수 침체, 고용 붕괴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현대 기아차는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미 미국 조지아, 앨라배마, 텍사스 등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충 중이다. 미국 공장의 생산이 늘수록 국내 완성차 공장의 가동률은 떨어지면서, 부품을 납품하던 국내 중소기업과 하청업체는 망하게 되고, 하청 노동자 수만 명의 일자리는 사라지는 것이다. 이번 협상은 단순히 수출 조건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고 국내 산업기반의 뿌리를 내주는 위험한 거래다.
재벌의 이익을 명분으로 국민의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내주는 협상이 결코 국익일 수 없다. 정부는 경제협력을 내세워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 아니라, 국내 산업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정책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500조 원의 자본은 노동자 일자리, 중소기업 경쟁력, 지역 제조업 생태계를 살리는 데 쓰여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즉각 한미 관세협상 추진을 중단하라. 진정한 국익은 재벌의 이익이 아니라, 국내 노동자의 생존권과 경제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2025.10.2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