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AI 시대’ 외친 내년 예산
복지 없는 성장은 공허하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26년 예산은 ‘AI 시대’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성장의 토대 단단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이 과연 ‘회복과 성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2026년 예산안은 총지출 728조 원 규모로 편성됐다. 정부는 전년보다 8.1%(54조7천억 원) 늘린‘확장재정 전환’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지난 정부의 긴축 기조로 인해 2025년 본예산 자체가 매우 낮게 책정된 데 따른 착시 효과다. 2026년 예산안을 2025년 본예산(673.3조 원) 대비 8.1% 증가로 볼 것이 아니라, 2025년 2차 추경(703.3조 원) 대비 3.5% 증가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확장재정은 절반짜리에 불과하다. 728조 원 가운데 의무지출이 388조 원(전년 대비 23조 원 증가)으로 전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초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법으로 정해진 지출이 자동으로 늘어난 결과일 뿐이다. 정부가 정책적 선택으로 늘린 지출이 아니다. 반면 재량지출은 340조 원으로 전년보다 고작 1조5천억 원(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결국, 정부가 내세운 ‘확장재정’에서 국민이 체감할 만한 정책 확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예산의 무게추가 성장에 지나치게 쏠렸다. 이재명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2025~2029)에 따르면, R&D·산업·중소기업·에너지·SOC 등 경제 부문 재량지출은 2028년 기준 윤석열 정부 계획보다 18.3조 원 더 많다. 반면 보건·복지·고용 부문의 재량지출은 약 6조 원 증가에 그친다. 복지·일자리·주거·돌봄 같은 생활밀착형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 성장 중심 예산이 불평등 완화나 민생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복지는 자동 증가분에 머물렀다. 복지 분야 예산이 외형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정부가 새롭게 만든 복지보다는 법적으로 이미 정해져서 자동으로 늘어나는 지출이 대부분이다. 사회복지 분야의 예산 증가는 주로 공적연금(8.6조 원)과 같은 경직성 의무지출 증가가 대부분이다. 이는 인구 고령화나 물가 상승 등 외부 요인에 따라 법률에 의해 자동으로 늘어나므로, 정부의 복지 의지를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올해 4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복지지출 비중(GDP 대비 약 15.2%)은 여전히 OECD 평균(약 22.1%)의 69%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복지 확충 속도가 늦어질수록 고령화와 저출산의 악순환은 더 심화될 것이다. 정부가 경제성장 중심의 예산 편성에 머문다면, ‘회복과 성장’이라는 이름은 공허한 구호에 그친다. 진정한 회복은 산업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는 복지에서 출발한다. 재정의 방향은 숫자의 확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회복으로 향해야 한다.
2025.11.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