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수탈 강화한 미국, 국익 포기한 정부
한미협상은 원천 무효다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가 14일 최종 확정됐다. 팩트시트에는 △향후 10년간 330억 달러(약 47조)를 주한미군에 포괄적 지원 △3,500억 달러(약 511조) 대미투자 △비관세장벽 완화 수용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 등 내용이 담겼다. 이변은 없었다. 미국이 요구한 전 분야에서 한국정부의 양보가 관철됐다 모든 분야에서 미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은 선심 쓰듯 ‘승인’ ‘지지’와 같은 표현을 쓰며 정치·경제적 성과를 확보했고, 한국은 대규모 투자와 시장개방, 국방비 인상, 주한미군 지원까지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경제적 손실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의 수탈로 취약해진 한국 경제는 이번 협상을 통해 더욱 큰 위기에 노출될 전망이다. 몰락해가는 자국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투자라는 이름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착취한 미국과 종속적 동맹관계에서 단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힌국 정부 앞에서, 묵묵히 제조업 현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안보 분야 합의 사항은 더욱 참담하다. 한국은 NATO를 제외하고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증액한 첫 국가가 되었다. 미국 측은 한국을“모범 동맹”이라며 치켜세웠지만,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국방비는 대부분 미국산 전쟁무기 구매에 사용된다. 한국 정부가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는 핵잠수함 건조 추진 역시 자주국방이란 명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됐을 뿐, 실제로는 한국 안보와 무관하게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복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한미군 지원금을 활용해 사실상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는 ‘꼼수’까지 동원한 행태는 국민적 분노를 피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존중과 이해에 기초해 호혜적 지혜를 발휘한 결과 한미 모두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자평했지만, 이번 협상 결과 어디에서도 ‘상식과 이성’은 찾기는 어렵다. 국익과 실용을 강조해 온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날강도적 수탈에 굴복하며 종속적 한미동맹의 틀에 갇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선을 다했으니 최선의 결과로 받아들여 달라’는 정부의 호소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모든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인다. 근본적으로 국가의 이익은 국민을 향한다는 점에서 이번 한미 협상은 원천 무효다. 민주노총은 이번 한미 간 관세 안보 협상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며, 우리의 경제·우리의 일자리 ·우리의 평화를 지키는 투쟁에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
2025.11.1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