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죽음의 공장을 멈춰라
쿠팡 야간노동 중단하라
또 한 명의 쿠팡 노동자가 새벽에 쓰러져 끝내 목숨을 잃었다. 26일 새벽, 경기광주 쿠팡 5물류센터에서 50대 계약직 노동자가 집품(피킹) 업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고인은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야간 근무를 하고 있던 상태였다.
올해 들어 네 번째다. 쿠팡 물류센터 야간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쓰러지고, 숙소에서 숨지고, 냉동창고에서 발견되는 일이 계속된다. 그러나 사측은 “지병”과 “법정 근로시간 준수”만을 되풀이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구조가 명백한데도, 쿠팡은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다.
사망 사고의 근본 원인은 쿠팡이 강제하는 살인적인 고강도 노동 환경에 있다. 노동자의 건강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야간·심야 근무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초 단위로 속도를 강요하는 시스템(CLOD 등)이 결합해 노동 강도를 극단으로 끌어올렸다. 노동자의 건강을 파괴하는 위험요인이 누적돼 있는데도, 쿠팡은 노동강도 완화나 교대제 개선, 충분한 휴식 보장보다 배송 속도 경쟁과 물량 확대에만 몰두해 왔다. 사고의 원인은 개인의 건강이 아니라, 회사가 만든 구조에 있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산업안전 감독도, 야간노동 기준도 왜 강제하지 않고 있는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반복되는 사망 사건은 기업의 이윤추구와 정부의 규제 실패가 낳은 사회적 참사다. 노동부는 과로·야간노동 위험성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조차 만들지 않고 있다. 노동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의무를 방기하고 있으며,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행위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쿠팡은 반복되는 사망의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살인적인 야간 노동을 즉시 중단하고 노동 강도를 근본적으로 완화하라. 둘째, 노동부는 쿠팡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과로 유발 요인을 철저히 적발하여 개선을 명령하라. 셋째, 국회와 정부는 플랫폼·물류 노동자를 위험으로 내모는 현행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빠른 배송’만을 강요하는 구조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노동자의 죽음은 쿠팡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지고 있는 책임이다. 그러나 그 책임을 가장 먼저 져야 할 기업과 정부가 외면한다면, 죽음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구조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노동자가 새벽에 쓰러져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2025.11.2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