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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
보 도 자 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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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일(월) |
정경윤 연구위원 010-5483-2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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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연구원
“윤석열 탄핵 광장과 노동 : 청년 불안정 노동자와 민주노총의 연결” 발간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윤석열 탄핵 광장과 노동 : 청년 불안정 노동자와 민주노총의 연결”(정경윤‧천주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2024년 12월~2025년 4월 윤석열 탄핵 광장에 참여한 청년들의 사회·정치 인식과 노동 인식의 변화를 분석하고, 이들이 민주노총 및 노동조합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청년들이 탄핵 광장에 참여하게 된 배경, 광장이 형성·작동한 방식, 광장 경험을 통해 민주노총을 지지하고 연결된 과정, 그리고 민주노총 내부에서의 활동 경험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을 통해 노동운동의 향후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설문조사로 본 윤석열 탄핵 광장과 청년
2장은 윤석열 탄핵 광장에 참여한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청년들의 참여 동기와 광장 경험, 노동·사회 인식, 민주노총 및 노동조합에 대한 평가 등을 정리했다. 응답자(505명)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여성(57.6%), 남성(31.5%), 기타(10.9%) 순으로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83.8%가 스스로를 진보 성향으로 인식했다. 노동조합 비조합원이 48.7%로 가장 많았고, 광장 이전에 가입한 조합원이 28.3%, 이후 신규 가입자는 23.0%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고, 성소수자·학생·활동가·프리랜서 등 다양한 사회적 위치가 교차했다.
청년들의 광장 참여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분노’,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위기의식’,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에 기반한 것이었으며, 참여가 일회적이기보다 반복적·장기적으로 지속되었다. 광장은 청년들에게 ‘연대’, ‘감동’, ‘해방감’의 공간으로 기억되었고, 노동권·정치개혁·성평등 등 사회적 의제가 확산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참여가 어려웠던 경우, 주된 이유로 시간·거리·비용 등 현실적 제약을 언급했으며, 정치적 냉소나 불신은 주요 요인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탄핵 광장이 반(反)정부 집회를 넘어,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변화를 실천하는 시민적 공간으로 기능했음을 시사한다.
노동과 삶에 대한 인식에서는 불안정 고용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낮은 임금·사회보험 사각지대·장시간 노동 등 구조적 취약성이 청년층의 공통된 경험으로 나타났다. 주요 고민으로는 고용불안, 저임금, 노동권 미보장, 일·삶의 불균형, 젠더 불평등 등이 복합적으로 제시되었으며, 청년들은 기본적 노동권 보장과 사회보험 확대, 성평등한 일터를 강하게 요구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응답자의 다수는 광장 이전부터 민주노총을 알고 있었으며, 광장 이후에도 긍정적 인식이 유지되거나 강화되었다. 민주노총은 광장에서 ‘연대의 중심’, ‘든든한 존재’, ‘길을 연 주체’로 평가되었고,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또한 93.6%가 긍정적이었다. 광장 이후 노동조합에 가입한 청년들은 노동조건 개선뿐 아니라 ‘소속감과 연대감’,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 ‘투쟁·연대의 경험’을 주요 가입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조기 대선 과정에서는 일부가 민주노총의 전략 혼선과 정책적 대응 미흡을 지적하며 긍정 평가가 약화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향후 과제로는 불안정 노동 대응, 청년 고용·주거·부채·페미니즘 등 청년 의제 확대,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어려운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조직화 방식, 성평등·소수자 감수성 강화와 평등 문화 확산 등이 제시되었다. 반면, 민주노총이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는 응답은 37.1%에 그쳐, 청년 관련 사업의 인지도·체감도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노동 문제를 경제적 어려움에 국한하지 않고 불평등, 차별, 민주주의 위기와 맞닿은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사회 전반의 ‘평등하고 안전한 노동체계’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광장 청년’이 경험한 12‧3 계엄과 윤석열 탄핵 광장
3장에서는 12·3 비상계엄 이후, 광장에 나온 청년들의 주된 동기, 사회문화적 배경과 특징, 다섯 가지 핵심어를 통해 본 광장 구성 과정, 광장의 의미와 민주주의 전망을 담고 있다.
연구참여자 중 20~30대 여성과 기타 성별의 비중이 높았으며, 이들 가운데는 집회 참여 경험이 전혀 없던 사람부터 이전부터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까지 다양했다. 10대 때 박근혜 탄핵 광장을 경험한 사람들은 집회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이 있었지만, 비상 시국에 나서보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부채감’으로 첫 집회에 나왔다. 그리고 비상계엄에 대한 분노와 충격, 시민으로서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위기의식과 책임감으로 광장에 참여했다. 여기에 더해 참여자들은 민주노총 같은 ‘잘 싸우는 곳’이 개인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박근혜 때보다 안전하다’는 집회 참여 후기,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집회라는 인식, 온라인과 연결된 새로운 문화적 실천 등의 동기로 집회에 나올 수 있었다.
사회문화적 배경을 살펴보면, 이들은 10대와 20대 사이에 ‘세월호’(2014년), ‘이태원’(2022년) 참사 같은 사회적 재난을 겪었다. 일터에서 청년들은 비정규직, 불안정한 노동자로 일하다가 사망했고,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살해당하거나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되었다. 청년 세대들은 또래 집단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면서 ‘생존’, ‘안전’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다섯 가지 핵심어로 살펴본 광장의 경험은 세 측면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안전하고 평등한 집회 문화를 만들기 위해 주최측과 참여자 모두 노력했다는 점이다. ‘평등약속문’을 중심으로,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참여하는 모두가 물리적·심리적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실천했다. 둘째, 광장에 나온 사람들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다른 경제성을 경험했고, ‘덕질’ 문화를 통해 광장을 각자의 방식으로 향유하면서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나’에서 ‘우리’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경험한 연대는 소외되고 배제되었던 소수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자각하게 되고 존중하면서 ‘연대’와 ‘환대’라는 관계성을 만들어갔다. 이는 탄핵 이전부터 ‘나중’으로 미루어졌던 사회적 의제에 서로 경청하며 사회대개혁이라는 방향성을 그려보는 데 기여했다.
이들에게 광장은 ‘우리’, ‘사회’, ‘소속감’, ‘희망’, ‘해방’의 공간이었다. 광장은 자신과 또래 집단을 생존과 안전의 위협으로 내모는 사회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타인을 보호하면서, 어떻게 안전을 구성해가는 힘을 길러야하는지 경험하게 해준 곳이었다. 그것은 비상행동이라는 시민사회연대체, 민주노총이라는 노동자 집단, 전봉준투쟁단이라는 농민 등이 서로 연대하며, 지지하고, 의지하면서 만들어 낸 성취였다. 그러나 참여자들이 바라보는 민주주의에 관한 전망은 밝지 않았다. 내란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대선 후보들에게서 여성‧성평등 정책과 목소리는 지워졌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페미니스트와 퀴어를 향한 백래시가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광장 청년’과 민주노총의 만남
4장에서는 ‘광장 청년’을 노동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들의 노동자성과 민주노총을 지지한 이유를 분석한다. 그런 다음 민주노총이 광장 청년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던 6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연구참여자 중에는 불안정 노동자 직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은 ‘5인 미만 사업장’과 ‘쪼개기 노동’을 특징으로 하는 노동 환경에 놓여있었다. 또한 이들의 고용 구조는 성별, 노동환경, 지역 등에 따라 불평등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었다.
청년들은 자신을 노동자로서 정체화하거나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노동자로서 정체성은 혼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 문화, 여러 사건 등을 통해 형성된다. 그러나 현재 청년들은 그럴 기회를 갖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핵 광장은 청년들에게 민주노총이라는 노동조합을 만나고, 또 자신의 노동자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윤석열 탄핵 광장을 거치면서 광장 청년들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거나 부당한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했다.
한편, 민주노총에서는 광장 청년들을 만나고 이들이 노동 문제에 대한 고민을 풀어갈 수 있도록 여러 시도를 했다. 세상을 빛내는 사람들, 누구나노조지회, 꿀비지회, 달곰이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등은 대중 청년 사업부터 준/예비조합원, 신규조합원을 위한 활동까지 다양한 층위의 광장 청년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연구참여자들이 민주노총을 지지하고 연결된 배경에는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노동을 사회적 권리로 인식하게 된 변화와 광장에서의 경험을 통한 민주노총과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를 들 수 있다. 이는 민주노총이 광장 청년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연대 주체’로 재발견한 과정으로 종합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윤석열 탄핵 광장은 많은 청년들에게 민주노총을 직접 경험하고, 자신의 노동자성을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청년들의 삶에 관심을 보이고, 경청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누구나노조지회, 꿀비지회, 달곰이지부 등은 광장 청년들에게 당장 정조합원이 되지 못하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자 했다. 노동법을 교육하고, 소모임을 열어 같이 공부하고,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지원해주고, 광장 청년들은 이런 모습에서 ‘신뢰’와 ‘동지’ 관계를 배웠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민주노총에 가입을 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경우 가입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조합원 가입이 어려운 제약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민주노총의 투쟁 현장을 지지하고 연대를 이어갔다.
청년 불안정 노동자를 만날 준비
5장은 윤석열 탄핵 광장 이후 청년 불안정 노동자들이 노동조합과 맺은 관계 변화에 주목하여, 이들의 노동조합 가입 동기와 민주노총 내 경험을 분석했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청년 불안정 노동자를 포괄하고 노동자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광장 경험은 청년들에게 민주주의 위기와 노동 현실을 연결해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민주노총을 사회적 변화의 주체로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광장에서의 연대와 공동행동은 ‘함께 행동하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감각을 제공하며, 노동조합 가입의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또한 플랫폼노동·프리랜서·5인 미만 사업장 등 기존 제도 밖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여러 조직(누구나노조지회·달곰이지부‧꿀비지회 등)은 청년 조직화의 통로로 기능했다. 여기에 민주노총 간부들의 적극적인 관계 중심 조직화가 결합되면서, 제도 밖 청년들이 노동조합을 새롭게 접속하는 기반이 형성되었다.
청년 조합원들의 조직 내부 경험은 네 가지 측면에서 나타났다.
첫째, 노동조합은 청년들에게 관계의 울타리와 소속감을 제공하였다. 광장에서 형성된 연대가 일상의 관계로 확장되는 기반이 되었고, 청년들은 조직 속에서 ‘함께 만드는 경험’을 쌓으며 변화를 체감했다. 둘째, 민주노총은 청년들에게 노동자 정체성과 노동조합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사회적 학습장이 되었다.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권리 실현의 주체로서 노동조합을 인식하게 되었다. 셋째, 불안정 노동자를 포괄하는 민주노총의 확장이 요구되었다. 노동조합 가입은 변화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교섭과 권리보장까지 연결되지 못하는 현실이 이어졌고, 청년들은 제도권 밖 노동자를 아우르는 포괄적 조직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넷째, 광장에서 조직으로 이동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드러났다. 학생운동이나 조직활동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들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 체계와 운영 구조 속에서 적응의 어려움과 긴장을 겪었다. 이는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한 학습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반면, 민주노총이 청년 불안정 노동자를 조직적으로 포괄하는 데에는 두 가지 한계가 나타났다.
첫째, 청년에 대한 ‘조직화의 대상’과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이중적 시선이 병존하면서도, 실제 사업에서는 청년을 참여 주체로 충분히 위치시키지 못했다. 둘째, 청년사업은 여전히 사업 단위 중심의 프로젝트 방식에 머물러, 총연맹·가맹조직·지역본부·지부·지회 및 상설‧특별위원회, 사무총국 간의 연계와 지원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 불안정 노동자를 포괄할 조직적 틀 역시 미비해, 지속성·제도화를 위한 구조적 정비가 요구된다.
향후 과제로는 네 가지 방향이 제시된다.
첫째, 조직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는 단순한 조합원 확대가 아니라, 청년이 자신의 노동 현실을 성찰하고 투쟁을 기획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둘째, 학습과 실천이 결합된 교육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지속적 활동을 위한 상시적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노동조합과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 공간이자 공동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지역 기반이어야 한다. 넷째, 청년 불안정 노동자 당사자가 조직화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 불안정 노동자를 노동조합 형성과정의 초동 주체로 세우고,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노동 문제를 민주노총의 주요 의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다층적 조직화 경로의 제도화와 내부 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이 제기한 노동정책 과제는 노동자 개념의 재정의, 평등하고 안전한 일터 조성, 노동·시민교육의 제도화, 제도 밖 노동자를 포괄하는 법·제도 구축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이 기존 조직 틀을 넘어 새로운 노동주체와 사회적 대표성을 확장해야 함을 시사한다. 광장에서 시작된 청년들의 연대와 실천이 제도적 변화로 이어질 때, 청년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는 한국 노동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