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주여건 개선 없는 통근버스 중단,
균형발전 정책이 아니다
정부가 혁신도시 공공기관 통근버스 운영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를 지방균형발전과 정주율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정주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동 수단부터 제한하는 방식은 정책의 순서를 거꾸로 세운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자체 조사에서도 혁신도시의 의료·교육·교통 등 필수 인프라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종합병원과 응급의료 체계 부족, 야간·휴일 보육 공백, 대중교통 인프라 미비는 가정이 있는 노동자들의 정착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이다. 이러한 조건이 개선되지 않은 채 통근버스부터 중단하는 것은 정주를 유도하는 정책이라기보다 이동권을 제한하는 행정 조치에 가깝다.
아울러 이번 방침은 정부기관과 공공기관 노동자의 근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정부 및 공공기관은 전국 순환근무와 잦은 인사이동 구조 속에 운영되고 있으며, 몇 년 단위로 근무지가 변경되는 조건에서 가족 단위 이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말 통근버스는 이러한 제도적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 장치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개인의 정주 의지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기관 운영 구조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통근버스 예산을 정주지원과 복리후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의료·교육·교통과 같은 기반 인프라는 개별 기관의 복지로 대체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 있는 투자와 계획 없이 이동 수단만 축소하는 방식으로는 정주율 제고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지방균형발전은 통제가 아니라 조건의 축적으로 이루어진다. 정부는 통근버스 운행 중단 방침을 재검토하고, 1차 이전 공공기관의 정착이 왜 정체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인프라 개선이라는 근본적 해법 없이 2차 이전을 서두르거나 압박성 조치를 반복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과 거리가 멀다.
정부는 정주여건 개선에 대한 실질적이고 선행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 현실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혁신도시가 ‘사람이 사는 도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동 제한이 아니라 정착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2026.1.2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