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조합 작업중지권 빠진 법 개정,
반쪽짜리 안전 입법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작업중지 요구권 신설과 노동부 장관 작업중지 명령 범위 확대 등 일부 진전된 내용은 노동현장의 절박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약속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취지에 비춰보면 여전히 핵심적 과제들이 빠져 있는 미완의 입법으로, 실효성 측면에서 적지 않은 한계를 드러낸 점은 매우 유감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국회는 ‘작업중지 요구권’을 신설, 기존의 ‘급박한 위험’에서 ‘사업주가 안전조치 또는 보건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중대한 유해ㆍ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경우를 포함’하여 ‘산업재해 발생이 우려되는 경우’로 요건을 확대했다. 근로자대표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작업중지 요구권과 더불어 하청노동자도 도급인(원청)에게 작업중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사업주는 특별한 사유 없이는 즉시 조치해야 하고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노동자에게 해당 작업을 시킬 수 없도록 하여 낮은 수준이나마 이행 의무를 두었다. 작업중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주에 대한 처벌 조항 신설은 노동자들이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 범위도 확대됐다. 기존 중대재해 발생 시에만 가능했던 작업중지 명령을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 산업재해’와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도 확대하고, 사고가 발생한 해당 작업뿐만 아니라 그와 동일한 작업에 대해서도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사업주는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어 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 작업을 재개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시 처벌조항이 도입된 것도 진전된 지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중대재해 반복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노동자 참여와 작업중지권 보장을 통한 산재 예방 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반쪽짜리 입법이다. 노동조합의 작업중지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요구권’으로 하향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작업중지 기간 임금 손실 보전과 노동조합의 작업중지권 보장은 작업중지권 실질 보장의 핵심 요건이지만 둘다 반영되지 않았다. 급박한 위험이라는 전제 또한 그대로 유지되면서 실질적인 작업중지 요건을 확대시켰다고 보긴 어렵다. 위험은 늘 급박한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기에 ‘급박한 위험’이라는 전제 대신, 안전보건조치, 폭염 등 악천후, 감정노동 등 요건을 확대해야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
위험을 가장 잘 아는 노동조합의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권한을 실질화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산재 예방의 지름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2월 초 국회에 발의된 노동자참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정혜경 의원 대표발의)도 조속히 입법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위험을 멈출 권리가 법 조문에만 존재하지 않고 현장의 상식이 될 때까지 멈추지 않고 투쟁할 것이다. 국회는 말 뿐인 안전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권리를 법안에 담아내야 한다.
2026.2.1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