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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
보 도 자 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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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31일(화) |
정경은 연구위원 010-2357-9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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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넘는 노동, 지역을 바꾸는 연대
: 이탈리아노총의 사회적․지역적 교섭과 시사점」 워킹페이퍼 발간
- 이탈리아노총(CGIL) 사례 분석을 통한 민주노총 지역 조직 강화 방안 제안
- ‘사회적․지역적 교섭’과 ‘생애주기 서비스’로 지역 공동체의 핵심 주체로 거듭나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연구위원 정경은)은 3월 31일 ‘담장을 넘는 노동, 지역을 바꾸는 연대: 이탈리아노총의 사회적․지역적 교섭과 시사점’ 워킹페이퍼를 발간하고, 한국 노동운동의 위기 타개를 위한 지역본부의 전략적 재설계 방안을 제안했다.
인구 소멸과 지역 위기, 노동운동의 조직 구조 재설계 시급
보고서는 민주노총 출범 30년을 맞아 비수도권 지역이 겪고 있는 인구 고령화, 지역 소멸, 산업 공동화 및 조합원 감소 문제를 지적하며, 기존의 중앙 사업 수임과 투쟁 지원 중심이었던 지역본부의 역할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CGIL의 ‘매트릭스 구조’와 ‘상향식 자원 배분’에 주목
연구의 핵심 대상인 이탈리아노총(CGIL)은 12개 산별노조와 20개 지역본부가 대등한 ‘연맹’ 관계를 맺는 매트릭스 구조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조합비가 현장에서 상급 단위로 흐르는 ‘상향식(Bottom-up) 배분 체계’로, 이를 통해 지역 조직이 실질적인 사업 자율성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담장을 넘는 ‘사회적 교섭’과 시민 밀착형 ‘서비스 거점’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지부의 사례는 노조가 단순히 사업장 내 임금 교섭에 머물지 않고, 주거, 보건, 복지, 교육 등 보편적 시민권을 의제로 지자체와 교섭하는 ‘사회적 교섭’의 모델을 보여준다. 또한, CGIL은 사회복지지원기관(INCA)과 세무지원센터(CAF)를 운영하여 시민들에게 연금, 실업급여, 이민 행정, 세금 신고 등 생애 주기 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노조를 투쟁 조직을 넘어 시민의 삶을 돌보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인식하게 하며, 미조직 노동자와 소외 계층을 조직화하는 전략적 거점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을 향한 정책 제언 보고서를 집필한 정경은 연구위원은 “이탈리아 사례는 노조가 작업장 담장을 넘어 지역 공동체 전체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주체로 거듭날 때 사회적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음과 같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지역본부의 자율성 확대: 지역 현실에 맞는 정책 대응을 위해 인력과 재정의 과감한 배분 필요.
취약 계층을 위한 서비스 거점 마련: 상담과 투쟁을 넘어 시민의 생애 주기를 지원하는 서비스 제공 모델 구축.
민주노동연구원은 이번 보고서가 지방정부 행정 통합과 지역 위기 속에서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새로운 30년을 설계하는 참고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끝>
■ 보고서 요약과 시사점
이 보고서는 민주노총이 출범 30년을 지나면서 인구 소멸과 지역 위기, 산업 공동화와 조합원 감소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역본부의 전략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탈리아노총(CGIL) 지역 조직 운영 사례를 검토했다. 이 보고서는 산별노조 중심의 조직 체계를 가진 독일과 달리, 12개 산별노조와 20개 지역본부가 대등한 ‘연맹(federation)’ 관계를 맺는 이탈리아노총(CGIL) 사례를 통해 지역 조직의 자율성과 사회적 개입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우선,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노동운동의 역사와 특징을 검토했다. 첫째, 파시즘으로부터 해방 이래, 이탈리아 노동운동은 이념적․종교적 노선에 따른 분절성을 보이는 구조이다. 그 결과, 본 연구의 대상인 공산주의·사회주의 노선의 CGIL, 가톨릭에 뿌리를 둔 CISL, 그리고 사회민주주의 노선의 UIL이라는 3대 노총 체제로 나뉘어 발전해 왔다. 1970년대에 최대 노총인 CGIL은 이탈리아 공산당(PCI)과 혁명적 사회주의 노선에서 탈피하여 사회 개혁주의적 노선으로 전환함으로써 ‘역사적 타협(Compromesso Storico)’을 선택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기존의 사회와 정치 질서를 보호하는 책임을 수용했으며, 이를 통해 계급 대립과 사회 통합 사이의 전략적 절충을 시도했다.
1969년 노동자 대투쟁과 1970년 노동자법 제정 이후, 오일쇼크에 따른 물가 폭등에 대처하기 위해 CGIL은 임금 억제를 대가로 정부의 사회정책, 조세 제도, ‘사회적 임금(Social Wage)’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교환에 참여했다. 현장에서도 CGIL은 과거의 적대적 관계에서 벗어나 경영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의 변화를 수용했다.
제3절에서 CGIL은 12개 산별노조와 20개 지역본부 체계이며, 전체 조합원 중 절반 정도가 은퇴자로 구성된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산별노조 시스템인 독일노총(DGB)과 달리, CGIL의 조합비 배분 방식은 상향식(Bottom-up)이라는 특징이 있다. 즉, 현장 조합원이 산별 지부에 납부한 조합비는 산별노조뿐만 아니라 총연맹 지역지부와 지역본부로 배분되어, 지역 조직이 인력 운영과 사업에서 실질적인 자율성을 확보하는 구조이다. 풀뿌리 노조 운동을 중시하는 지역 중심성에도 불구하고, CGIL의 의사결정 체계는 철저하게 총연맹 중심성이 구조화되어 있다. CGIL은 현장부터 지역 단위의 의결을 거쳐 상급 단위 대의원을 선출하는 철저한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이다. 이를 통해 결정된 전략 노선은 조직 전체의 높은 실행력과 합의를 담보함으로써 총연맹 중심성을 보인다.
파업과 단체협약과 관련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 헌법은 정치 파업을 포함한 파업권을 개인의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단체협약 적용률은 약 90%에 달하며, 법정 최저임금제와 구체적인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기능한다.
다음으로, CGIL 지역본부와 지역지부(Camera del Lavoro)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지역본부(CGIL Regional)는 총연맹의 방침을 지역 수준에서 해석하고 구체화하는 ‘조정 센터(Centro Regolatore)’ 역할을 담당하며, 주 정부와 사회보장, 복지, 주거 등 사회적 권리에 대한 포괄적 교섭을 진행한다. 지역지부는 CGIL의 실질적인 기본 조직 단위이자 핵심이다. 지역지부는 특정 산별 사안을 넘어 지역 전체의 이해관계가 걸린 투쟁을 조정하며, 특히 미조직 노동자 보호와 지역 주민의 생활 조건 개선을 위한 ‘사회적․지역적 단체교섭’을 주도한다.
제4절에서는 선행 연구와 면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CGIL 에밀리아로마냐 지역본부 활동 내용을 작성했다. 에밀리아로마냐 지역본부는 2024년 말 기준 조합원 수가 약 80만 명에 달해, 롬바르디아에 이어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조직력을 보유한다. 은퇴자노조(SPI)가 전체의 절반 이상(약 41만 명)을 차지하여 연금 및 사회보장 정책 교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서비스노조(FILCAMS, 8.6만 명)와 금속노조(FIOM, 6.5만 명)가 뒤를 잇는다. 수입의 83.3%가 조합비로 충당되며, 나머지는 사회복지지원기관(INCA) 활동 수입 등으로 구성되어 인력 운영과 사업에서 자율성을 확보한다. 에밀리아로마냐 지역본부는 1982년 경제연구소(IRES)를 설립하여 약 8명의 박사급 연구위원을 보유하고 지역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을 분석한다. 연구소는 중소기업 중심의 지역 경제 특성에 맞춘 정책을 제안하며, 특히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기후 변화 자료 분석, 노조의 교섭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보고서는 에밀리아로마냐 지역본부의 사회적․지역적 교섭과 협약 성과를 검토했다. 노동과 기후를 위한 협약(2020), 사회보건 및 주거 서비스 등 2023~2024년 이탈리아 전역에서 체결된 사회적․지역적 협약․협정 중에서 에밀리아로마냐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0%에 이른다. 이 기간에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에서 총 329건의 합의(intese)가 체결됐으며,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에 그치지 않고 전체 노동자와 시민을 위한 주거․사회 복지 개선을 추구함으로써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이 연구는 제5절에서 CGIL 볼로냐(Bologna)의 활동 내용과 사회적․지역적 단체교섭 사례를 기술했다. 에밀리아로마냐와 마찬가지로 볼로냐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파시즘으로부터 해방 이후 대부분 좌파 정당이 집권해 온 지역으로, 노조와 협동조합의 기반이 매우 강력하다. 총연맹 규약에 따라, 볼로냐 지역지부는 사회복지지원기관(Patronato INCA)과 세무지원센터(CAF)를 운영하여 시민들에게 연금부터 실업급여, 이민 행정, 세금 신고 등 생애 주기 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볼로냐 지역지부는 노조를 단순한 이익 집단이 아닌 ‘사회적 안전망’으로 인식하게 하며, 비조합원․취약 계층과 접점을 넓혀 조직 확대의 전략적 거점이 된다. 볼로냐는 1970년대 ‘사회적 1%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기업별 노동 비용의 1%를 출연해 공공 주택과 보육 시설을 건설했던 역사가 현재 사회적 교섭의 기틀이다. 볼로냐 지역지부는 2021년 체결된 ‘일자리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광역시 협약’을 통해 노사정뿐만 아니라 대학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기업의 지역 이탈이나 대규모 해고 위기 시 즉각 원탁회의 소집을 요청함으로써, 볼로냐 지역지부는 노동자들의 고용 보호와 생산 유지를 위한 다층적 해결책을 모색한다. 또한,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라이더 권리 보호를 위한 헌장’ 체결에 성공하여 플랫폼 노동자의 최저 보호 기준을 마련했다.
이탈리아노총(CGIL)의 당면 과제는 다음과 같다. 전국적으로 멜로니 정부의 연금 개악, 공장 점거를 형사 처벌하는 ‘보안법’, 공공부문 파업권 제한 시도에 맞서 CGIL은 매년 전국적인 총파업과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대표성 없는 어용 노조가 노동조건 저하에 합의하는 ‘해적 협약’이 확산됨에 따라, 법적 대표성을 증명해야 협약 체결권을 부여하는 ‘대표성 법안’ 쟁취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 수준의 당면 과제를 검토하면, 에밀리아로마냐와 볼로냐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만큼, 트럼프 관세 대응 투쟁, 디지털·기후 위기 대응 과정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이 시급하며, 급격한 월세 인상에 따른 주거 위기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돌봄 서비스 확대가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탈리아 노총(CGIL)의 지역 조직 운영 사례 검토를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본부의 자율성 강화 확대와 조직․재정 구조의 재설계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총연맹 사업의 수임과 투쟁 지원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CGIL 지역 조직은 실질적인 사업 자율성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민주노총 또한 지역 소멸과 산업 공동화, 인구 고령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본부가 독자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자원 배분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그동안 민주노총이 추구한 하향식 조합비 배분 구조를 이탈리아처럼 상향식으로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지역본부에 기존보다 더 인력과 재정을 배분할 필요성이 있다. 총연맹 차원에서 지역본부가 직면한 다중 위기를 지역 현실에 맞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적어도 광역권 수준의 연구소 설립과 정책 대응 등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의 행정 통합이 진행되는 만큼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지부 체계도 재조정할 필요성도 높은 시점이다. CGIL 사례는 대정부 관계 악화로 총연맹이 전국 차원의 노정․노사정 교섭에서 배제되더라도 지역 수준에서는 사회적 교섭이 활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민주노총 차원의 지역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존 연구가 천착해 온 영미권 또는 독일 사례와 달리, 이탈리아노총 사례는 사회적․지역적 교섭을 통한 지역사회 개입력 확대 측면에서 민주노총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산별노조나 기업 수준의 노조가 임금․단체교섭에 집중하더라도 총연맹 지역 조직은 주거․교통․보건․교육 등 보편적 시민권을 의제로 지자체와 교섭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볼로냐의 사례처럼 지자체 예산 편성 과정에 개입하여 지역 공동체 전체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주체로 거듭날 때 노동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전체 시민사회와 함께 ‘무상급식’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학교 급식의 질을 바꿔온 경험이 있는 만큼 보편적 의제 발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CGIL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지원기관(INCA)과 세무지원센터(CAF)는 노조를 ‘투쟁하는 조직’을 넘어 ‘시민의 생애 주기를 돌보는 안전망’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미조직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 거점’임을 보여준다. 이는 플랫폼 노동자, 이주민, 미취업 청년 등 기존 노조 체계에서 소외된 이들과 접점을 형성하고 이들을 조직화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되는 사례이다. 이탈리아는 법적으로 노조에게 사회복지 행정의 일부를 위임하는 사례로 우리나라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중앙 정부가 재정을 축소하더라도 CGIL이 대신 재정을 투입하여 조직을 유지할 만큼 중요하게 바라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민주노총 지역본부 중에서는 노동권익센터나 노동상담소 등 지자체 사업의 일부를 사실상 위임받아 운영하는 사례가 있는데, 자체 재원 모금을 통해 직접 재정 참가하는 방안도 고려하여 지방정부로부터 자율성과 안정성 확보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노총 사례는 산별노조와 지역본부가 모두 ‘연맹(federation)’으로 인정받는 대등한 구조이며, 지역 조직의 자율성을 보장하더라도 치밀한 상향식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전략적 통일성을 유지한다. 4년마다 열리는 대의원대회 과정에서 총연맹 사무총국이 회의자료 초안 작성을 독점하지 않고 아래로부터 토론에 토론을 거쳐 ‘총연맹적 합의’에 도달하는 만큼 총연맹 결정 사항의 진중함을 보여준다. 의사결정과 집행이 일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