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자 생명안전 외면한 국회를 규탄한다
산업안전보건법·산재보험법 개정안 즉각 처리하라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 지난 2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위원회 단계부터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표결도 불참하더니 급기야 본회의 상정까지 막아선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와 여당이 조속한 본회의 처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번 산안법 개정안은 작업중지 요구권 신설과 노동부 장관 작업중지 명령 범위 확대 등 일부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위험할 때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실질 보장되어야 산재가 줄어든다는 노동 현장의 절박한 요구가 미흡하나마 반영된 것이다. 또한 개정안에는 반복적으로 사망사고를 낸 기업에 대한 과징금(영업이익의 5% 이내) 도입,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한 건설사에 대한 등록말소, 신고 포상금 제도 도입 조항 등이 포함됐다.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며 노동자의 생명을 저울질해온 산재 다발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제재다. 국민의힘은 노동자의 죽음보다 기업의 이익만을 앞세우려는가?
산재보험법 개정안의 산재 국선 법률대리인 제도 또한 법적 지원 없이 산재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 보장이다. 이마저 막는 것은 산재 노동자에 대한 국회의 책임 방기다. 기존 폭우와 태풍에 한정됐던 공사 기간 연장 사유에 폭염과 한파를 추가하는 건설업 안전관리 강화 조항도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곧 폭염이 시작된다.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어야 할 이유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말로는 산재 감축의 중요성을 운운하면서도, 정작 산재 예방 대책 앞에서는 '과징금은 과도한 이중 제재'이고 '기업 활동 전반을 위축'시킨다며 반대에만 골몰하고 있다. 23명 노동자가 사망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항소심에서 대표이사 박순관은 징역 15년에서 4년으로 대폭 감형돼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인 삼표 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과도한 이중 제재'는커녕 중대재해조차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다. '기업 활동 위축'은커녕 비용 절감과 이윤 추구 앞에 노동자의 생명은 매일 같이 스러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작년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중대재해 반복 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노동자 참여와 작업중지권 보장을 통한 산재 예방 강화를 약속했다. 민주당은 어제 본회의에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한 채 소중한 기회를 무위로 돌렸다. 이 법안의 통과를 하루하루 기다리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여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산재 감축이라는 목표는 정치적 계산이나 어떤 이익 앞에서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선거를 핑계 삼아 눈치보지 말고,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이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더 미룰 시간이 없다.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6.3 지방선거 전 본회의를 개최하여 산안법과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즉각 상정하고 처리하라.
2026. 5. 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