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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 국민연금기금 중기자산배분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

작성일 2026.05.14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40

[성명]

 

국민연금기금 중기자산배분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

 

 

2027년부터 2031년까지의 국민연금기금의 자산배분을 결정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15일 중간보고 이후 5월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민주노총은 중기자산배분과 관련해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공적연금제도인 국민연금의 본연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자산배분이 이뤄질 것을 요구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주도해 설립된 공적인 연금제도로 기금은 가입자인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경감시키고, 제도의 장기적안정적 운영을 담보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다. 따라서 기금의 운용은 단순히 금융시장 내에서의 재무적 수익성만을 절대적 목표로 추구해서는 안 되며, 제도의 존립기반인 국가 경제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 나아가 기금이 창출하는 자본의 흐름이 실물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줌으로써 국가경제 전체의 선순환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제도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상호작용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하지만 기금 운용 실태는 공공성이나 실물경제와의 연계성보다는 재무적 수익률 극대화에 매물되어 금융자산 중심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수익률을 보여왔다. 특히 2024년부터 최근까지의 수익은 글로벌 증시 호황과 환율 효과, 국내 증시 폭등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수익률, 누적 적립금 규모 등을 볼 때 국민연금의 투자 성과는 지적할 것 하나 없이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물경제와는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일시적인 경기 순환적 침체가 아닌 잠재성장률 자체가 근본적으로 잠식되어 성장의 동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은 민생경제의 붕괴로 직결되고 있다. 노동자의 임금은 상승하지 않아 노동소득으로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자산을 형성하는 것 조차 불가능해졌다. 2025년 기준 최저임금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52년간 단 한푼도 사용하지 않고 모아야만 가능할 정도로 노동소득의 증가보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폭이 압도적으로 큰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이 속에서 노동자와 서민의 가계부채는 급증해 국가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래세대인 청년층의 고통은 더욱 심각하다. 안정적인 소득과 복지를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축소되었고, 실업과 불안정한 노동 그리고 이에 따른 저소득의 문제가 만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국민연금과 실물경제가 괴리되는 현상은 그 자체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잠식한다. 보험료 납부의 토대인 가입자의 노동스득과 사용자의 부담능력이 잠재성장률과 함께 약화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0.5%p8년간 13%로 보험료가 인상되더라도 보험료 부과 대상인 노동사득 자체가 정체(혹은 하락)한다면 모수개혁을 통한 재정안정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모수개혁을 통해 기금 소진 시점이 연장되었다고 하지만 잠재성장률, 노동소득, 가입자 수가 안정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KDI 전망대로 2040년대에 역성장 또는 0%에 진입한다면 모수개혁, 기금 수익 성과만으로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금융자산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서 사회투자를 통한 실물경제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보험료 인상이 현세대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가입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투자를 통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사회투자는 단순히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이 아니다. 이미 UN PRI(책임투자원칙), UNEP FI(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에서 연기금의 유니버셜 오너 개념이 자리잡고, 투자 가이드라인으로 채택되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GPIF는 스스로 유니버셜 오너이자 세대 간 투자자로 정의하고 사회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캐나다 CPPIB와 퀘백주 연기금, 네덜란드 ABPPFZW, 호주 Super Funds, 덴마크 ATP 등 주요 연기금이 사회투자를 기금 운용의 원칙으로 정의하고, 수익률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국가 GDP50%가 넘는 규모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역시 유니버셜 오너로서의 책무를 수행하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올해부터 인상될 보험료 인상분과 적립금 5~10% 수준을 사회투자에 투자할 것을 요구한다. 이 투자는 청년 및 신혼부부, 저소득층의 공공임대주택과 보육, 돌봄, 의료시설 등 사회 인프라에 투입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재무적 수익을 함께 실현하는 임팩트투자에 투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투자는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회복(증대)시켜 보험료 부과 기반을 확대함으로써 기금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민간소비 회복, 노동소득 증가, 보험료 부과 기반 확대라는 순환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청년층의 고용을 회복시켜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고, 결혼 및 출산 의향 회복을 통해 인구구조 개선과 잠재성장률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잠재성장률이 회복된다면 한국 자본시장의 장기 기대수익률을 안정화시켜 기금의 금융부문 투자에 대한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 사회투자는 기금의 다른 부분의 수익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기금의 금융투자 집중은 역대 최고 수익률이라는 장부상 수치만 있을뿐 제도의 존립 근간인 공동체의 구조적 붕괴와 민생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자본이 국내에 필요한 생산적 영역에 공급되지 못하고 노동소득의 정체, 부동산 거품 심화, 주거 불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생-초고령화 등 실물경제의 악순환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한 것을 부인해서도 안된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은 기금의 장부상 수익률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제도를 떠받치고 있는 공동체가 파괴된다면, 미래세대의 경제 체력이 소진되고 보험료를 납부할 세대가 사라진다면, 금융시장에서 아무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고 유지될 수 없다. 사회투자와 공공성 담보는 전략적 선택이자 필수임을 인지해야 한다.

 

사회투자와 함께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있어서도 공익적이어야 한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의 책임투자 정책에서 기업의 인권 요소를 대폭 강화하고, 인권 침해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 등을 취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또한 ESG 책임투자를 법적 원칙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중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인권위의 권고도 벌률 개정안에 대해 수익성과 기업 경영 갑섭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주주권 행사를 민간운용사에 위탁함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려 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라는 공적연금이 가져야 할 공공성을 외면하는 것이자, 견제 권력을 재벌과 대입업의 경영권 방어에 헌납하는 조치이다. 지금 행해야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주주권의 민영화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및 통제, 가입자 중심의 강력한 수탁자 책임활동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사회투자와 공적 기능 강화를 통해 국민연금이 공적연금답게 공공성을 강화하는 기금운용을 할 것을 요구하며, 가입자 대표로서 기금운용위원회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26. 5. 1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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